출처: NK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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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돈키호테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주인공 세르반테스가 지하 감옥에 감금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금 징수원이었던 주인공은 교회에 세금을 추징하려고 했는데 신성모독, 이단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을 받고 체포됐다. 이는 중세 특히 스페인에서 악명을 떨친 종교재판소(또는 이단심문소)를 풍자한 것이다. 

중세 종교재판소는 각종 명목으로 사람들을 재판하고 체포, 감금하고 고문하고 처형했다.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종교재판소, 이단심문소를 흉내내는 곳들이 등장했다. 바로 대형 보수 언론사들이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보수 언론들은 정치, 사상 등과 관련된 말과 행동을 트집 잡아서 종북, 친북 몰이를 하고 있다.

가령 미국을 비판하고 한미 훈련 중단을 촉구했다며 사람, 단체 등을 싸잡아서 친북세력이라 욕하며 악마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윤석열 정부가 목소리 높여 외치는 자유민주주주의 국가이다. 헌법으로 국민들의 사상, 표현, 정치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친미를 하든, 반미를 하든, 주한 미군에 주둔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어떤 것이 100% 정답, 오답이라고 누가 함부로 심판할 수 없는 사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의회에서 조차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미국 상원의원, 하원의원들은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퍼주기를 하고 있다며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언론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친러시아 세력, 반국가 세력이라고 매도하고 비난하는가? 그렇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이 아니다. 2021년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와 관련해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당시 언론들이 미국 정부의 아프카니스탄 미군 철수를 비판했지만 철수를 주장한 사람들을 친탈레반이라고 악마화하지 않았다.

과거 한국의 권위주의 정권에서 조차도 지금처럼 단세포적인 이단심문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1960년대 한국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에 군대를 파병했다. 그런데 미국을 지원한다고 무조건 모두가 찬성한 것이 아니다. 당시 공화당 소속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차지철 의원이 월남 파병에 반대했다. 주월 한국군 사령관이었던 채명신 장군도 파병 전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보수 언론의 잣대라면 차지철 의원, 채명신 장군도 반미 세력이며 따라서 친북 세력일 것이다. 

보수 언론들을 종교재판소라고 지칭한 것은 종북몰이가 광신도의 신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무조건 친미를 해야하고 그에 반대하면 안 된다는 교조주의다.

이는 미국에서 조차 하지 않은 행동이다. 통킹만 사건 조작 등 미군의 베트남 전쟁 문제점을 폭로한 것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이었다. 이라크 전쟁 포로 학대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미국 언론들이었다.

2000년에는 미국 통신사인 AP가 작성한 미군의 6.25 노근리 학살 기사가 미국 최고 권위의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한국이었다면 좌파언론, 종북기자가 반미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겠지만 미국은 좋은 기사라고 상을 수여한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어떤 사안이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이 표현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다. 내가 다른 사람의 주장에 동조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생각이 다르다고 그것을 악()으로 규정해서도 안 된다. 그런 사회는 제국주의 일본, 나치 독일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이다.   

현재 보수 언론들이 하고 있는 사상검증, 이념검증이야 말로 반헌법적이며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드는 행동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권한도 능력도 없다.

보수 언론들이 대한민국을 그렇게 걱정한다면 반민주주의, 반헌법적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 해산하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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