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잘 알던 사람에게 지금 삼성전자 경영을 분석하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의 삼성은 그때의 삼성과 다르다고 할 것이다.

지난 2011년 10월 사망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와 현재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쿡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 중 누가 현재 애플 상황을 잘 분석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역사이고 10여년 간 애플을 이끌어 온 팀쿡 CEO는 애플의 현재다.

필자가 이런 뜸금없는 이야길 꺼낸 것은 차기 윤석열 정부의 남북, 통일 정책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9일 윤석열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져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외교, 안보 등 남북 관계와 관련된 인수위원들이 10여년 전인 이명박 정부 시절 사람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25일부터 2013년 2월 24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2012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외교부 차관이었다.

인수위원인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대외전략기획관으로 근무했다.

차기 통일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도 2011년 10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차관으로 근무했다. 그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통일부 차관이었다.

그나마 인수위원인 이종섭 전 합참 차장이 이명박 정부 이후인 2018년까지 근무했다. 하지만 이 또한 4년 전 일이다.

필자는 과거의 인물들을 중용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능력이 있다면 나이, 경력과 관계없이 발탁할 수 있다. 또 2000년의 전문가를 2010년에 발탁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 2000년, 2010년 북한은 김정일 정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변했다는 점이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2012년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했다.

이후 약 10년 간 북한에서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6년 36년만에 7차 당 대회가 개최됐으며 다시 2021년 8차 당 대회가 열렸다.

김정은 총비서는 국방위원장이라는 직위가 아니라 국무위원장, 총비서라는 직위에 올랐다. 장성택, 김양건, 김영남, 김기남 등 과거의 인물들은 사라졌다. 새로운 인물들인 조용원 조직비서, 김여정 제1부부장 등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후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도화했고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을 2차례 만나 회담을 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이 유래없는 봉쇄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끌던 과거 북한과 완전히 다르다.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남북 관계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이야길하면 김정일 위원장 시대 북한 전문가로 봐야 한다. 

그들은 퇴직 후 지난 10년 간 학계에서 또는 개인적으로 연구와 분석을 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재야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연구를 한 것과 실제 정책, 회담 등에 참여한 것은 경험치가 다르다.

인수위 관계자들이 연구기관으로 간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당장 대북 정책을 결정해야 하고 카운터 파트너가 돼야 한다. 정책 결정과 회담 등에서 10년 전 경험을 활용하려 하겠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김정일 정권을 상대했던 경험과 방식으로 현재 북한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평화를 추구한 의도와 노력을 인정하지만 실질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정책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몰랐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1998년~2008년까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전문가들과 관료들을 중용했다.

현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국가정보원 제3차장으로 재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인 조명균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었다.

현 정의용 외교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도 과거 정부의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련 주요 인사들은 김정일 위원장 시절 북한을 경험한 전문가들이었다. 그래서 남북 관계도 그렇게 풀려고 했지만 김정은 시대 북한은 달랐다.

상식적으로 누구나 자신의 아버지 친구, 지인들은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아버지 친구, 지인들이 어르신들이고 권위적이라면 꼰대로 느껴질 수도 있다.

"나 때(라떼)는 말이야"라며 과거 북한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현재를 논의하는 대화가 가능했을까?   

북한에서 지금 새 세기 산업혁명, 수자(디지털)경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20년 전 북한을 이야기하는 남한 어르신들을 반겼을까?

만약 문재인 정부가 김정일 시절의 어르신들이 아니라 북한에 대해 잘 알면서도 젊고 새로운 사람들을 중용했다면 남북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필자는 진보, 보수를 떠나서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때와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으로 우려한다. 그리고 김정일 시대 북한을 생각하고 대응했다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북한의 행보에 직면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남북 관계에 조금이라도 의지가 있다면 '김정일 시대의 북한 전문가'가 아니라 '김정은 시대의 북한 전문가'를 중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5년 간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실무진들을 거침없이 발탁해야 한다. 그리고 원로들은 현업 보다는 고문으로써 중책을 담당하도록 해야한다.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그 당시 북한 전문가들만 중용한다면 앞으로 남북 관계는 물론 외교, 안보의 실패는 자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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