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와 통일부와 싸우고 있다. 정확히 현재 통일부가 과거 통일부를 비판, 부정하며 싸우고 있다.

2020년 9월 서해에서 표류 중이던 한국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살됐을 때 정부는 월북 정황이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통일부는 정부의 방침에 이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통일부에서는 여당 의원 등을 통해 한국 공무원이 월북을 한 것이라면 북한이 안 죽였을 걸로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9년 11월 북한 주민 2명 북송 사건과 관련해서도 통일부는 완전히 입장을 바꿨다.

2019년 통일부는 흉악범죄를 저지른 북한 주민을 추방한 것이라며 북송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 통일부는 다른 부처와 함께 논의했고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통일부 대변인은 "탈북 어민의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주민 북송 사진과 동영상도 공개했다.

사실상 통일부가 총대를 매고 문재인 정부의 북한 주민 북송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과거 행적을 반성하거나 정책의 방향성을 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통일부의 행태는 자신을 부정하고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수준이다.

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들에 대해서 과거의 결정이 맞다, 지금의 결정이 맞다는 것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변석개(朝變夕改) 같은 통일부 조직과 공무원들을 비판하고자 한다.

사건이 발생했던 2019년, 2020년은 불과 2~3년 전의 일이다. 2019년, 2020년 정부의 결정에 동의하고 또 침묵했던 통일부 국, 과장급 담당자들이 그 사이 전부 퇴직하고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는가? 그대로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당시 과장 중에서 국장이 된 사람도 있을 것이며 서기관이 된 담당 사무관들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같은 사람들이 2~3년만에 180도 다른 이야길 하는 것일까?

만약에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 정책과 통일부의 행태가 잘못 됐던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통일부 공무원들부터 반성해야 한다.

과거에 분석,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것이라면 무능한 것이다. 잘못을 알고도 침묵했다면 그것은 더 큰 잘못이다.

위에서 지시를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할지도 모른다. 공무원은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직업이지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왕이 통치했던 조선시대 공무원들도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상소를 올리고 왕에게 간언했다. 지금은 더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소신도 없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 침묵했다면 통일부 공무원들은 반성부터 해야 한다. 대국민 사과를 하고 관련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와서 자신들이 과거에 잘못이 없다며 항변하고 다른 부처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은 한심해 보인다. 더구나 2~3년 전에는 보유하고 있던 사진, 동영상 등을 공개하지 않고 이제 와서 공개한 것도 의문이다.

반대로 과거 통일부의 행적에 문제가 없었고 지금 정치적인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면 더욱 개탄스럽다.

통일부는 남북 화해 협력과 통일을 추진, 준비하는 기관이지 정당이 아니다. 통일부가 함부로 정치에 개입한다면 사람들은 통일부가 앞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나 행보를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할 것이다.

또 통일부 직원들이 여야에 줄서기를 하면서 정치적으로 사분오열될 것이다. 그런데 이미 통일부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몇년 후 정권이 바뀌고 미래의 통일부가 현재의 통일부를 부정할 수도 있다.

현재 상황이 정치적인 것이라면 통일부 공무원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알고도 침묵 아니 오히려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결국 통일부는 1. 과거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침묵하다가 정권이 바뀌니 이제와서 180도 입장을 바꾼 것 또는 2. 과거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지금 정치적 이유로 입장을 180도 바꾼 것 둘 중 하나다. 

둘 중 어느 경우라도 국민들은 통일부를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북한 역시 대화 상대로 통일부를 믿기 어려울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통일부처럼 나와 내가 싸우게 되면 결국 비극적 결말로 끝나게 된다. 내가 과거의 나를 죽이게 되면 그것은 결국 나를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계속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몰입한다면 통일부는 폐지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최근 통일부의 행태를 보고 통일부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

스스로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통일부를 과연 누가 나서서 변호해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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