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에 앞서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0대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그중에는 남북 관계와 관련해 비핵화, 통일 준비,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이렇게 3가지 과제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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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 수립 추진

선제타격을 거론하며 대북 강경 정책만 추구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국정 과제에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을 수립, 추진 등 협력에 관한 내용이 담긴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3가지 국정 과제와 관련해 아니 윤석열 정부의 대북 인식과 정보력에 대해 우려되는 점이 있다. 그것은 3가지 과제에 과학기술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필자는 다양한 남북 협력 과제들 중 과학기술 협력을 꼭 넣어달라는 의미로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남북 문제의 이면에 과학기술, IT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비핵화를 생각해보자. 비핵화는 정치, 안보, 외교의 문제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과학기술, IT 문제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과학기술의 복합체다. 수학, 물리, 화학, 전자, 통신, 컴퓨팅 등 기술이 있어서 개발이 가능하다. 북한이 국방과학과 국방과학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기술 수준과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북한의 과학기술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 IT를 모르는 일부 정치인, 관료들은 북한이 지난 수년 간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핵 보유 국가들은 이제 실제 핵실험을 하기 보다는 IT기술로 시뮬레이션을 함으로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북한 역시 해외로부터 핵발전, 핵실험, 핵무기 등과 관련한 특수 소프트웨어(SW) 입수와 자체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 실제 핵실험은 그동안 축적된 연구성과를 확인하거나 대외적인 메시지를 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비핵화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비핵화를 추진한다면 그 정책은 분명히 실패할 것이다.

두 번째 남북 협력 및 통일 준비에 있어서도 과학기술이 중요하다.

북한은 현재 경제개발을 가장 중요한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금속, 화학, 농업 등 각 분야별 발전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북한에서는 과학기술발전계획이 곧 국가의 법이라는 방침까지 나왔다. 

즉 북한의 경제개발은 곧 과학기술연구개발인 것이다.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과학기술 협력을 할 수 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구상하는 남북공동경제발전은 남북 과학기술 협력의 기반 위에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제 내용 중에는 전혀 이런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때문에 단순하고 막연히 남북 경제 협력을 하자는 내용을 과제에 넣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세 번째로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역시 과학기술, IT 없이는 진행하기 어렵다.

남북 간 보건 의료 협력과 코로나19 대응 지원이 트럭이나 배로 물자를 전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생명공학, 의료공학, 의료정보화 등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

북한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백신,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도 mRNA 기술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의료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있다. 북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 중 하나는 지식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또 북한은 병원 등 의료시설을 만들면서 첨단의료기기를 원하고 있으며 동시에 병원정보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 역시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 과거처럼 추석이나 설날 며칠 간 극히 한정된 인원들을 상봉시키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는 과거 한 이산가족의 사연을 들었다. 운이 좋게도 이산가족 상봉에 참여해서 북한의 가족들을 만났지만 그후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번 만난 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매일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산가족도 있다고 한다.

정치 이벤트 같은 상봉보다는 비대면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상시 상봉이 추진돼야 한다.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비대면 화상회의 만남의 장소를 만들고 신청을 받아서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산가족들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남과 북이 IT시스템으로 이산가족들의 메시지(비대면 편지)를 받아서 이를 모아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안도 추진해볼 수 있다. 

고령화되고 있는 이산가족들을 고려해 유전자 정보 축적과 남북 가족 확인 시스템을 구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남북 문제는 결국 과학기술, IT 문제다. 그런데 3개 국정 과제에 과학기술, IT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이 의아하고 또 우려된다.

결국 이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 남북 관련 국정 과제를 만든 사람들이 과학기술, IT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북한 과학기술, IT를 모르는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현황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북한이 과학기술중시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그것이 북한의 경제, 사회, 국방 전반을 전변시키고 있다는 것은 필자와 같은 일개 기자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설마 정부 국장, 실장, 차관을 지내고 학계에서 수십 년을 연구했다는 똑똑한 윤석열 정부 인수위 사람들이 이를 몰랐을까? 새 대통령이 남북, 통일 등에 대해서 모르면 보좌하는 사람들이라도 제대로 뭘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반영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이런 현황을 모를 정도 수준이라면 더 이상 남북 정책 수립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서 쉬시길 정중히 부탁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남북 문제에서 과학기술을 간과한다면 새 정부의 통일, 남북 정책들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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