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융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국은행에서 금융감독기구(금융감독원)가 분리된 것처럼 조선중앙은행의 금융감독 기능을 조정할지 주목된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10월 23일 김일성종합대학이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게재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북한의 대표적인 학술기관들 중 하나다. 김일성종합대학이 공개하는 내용은 북한 당국의 방침에 맞춰져 있다.

대학은 “오늘 세계적으로 금융업무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에 따라 그것이 국내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고 여러 구각들에서는 금융 업무에 대한 감독기능을 그 어느 때 보다 강화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로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금융감독이 국가가 금융감독기구를 통해 은행이나 보험기관 등 금융 부문의 업무 활동에 대한 파악, 분석, 평가를 진행하고 해당한 대책을 취하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들의 금융활동이 국가의 법 규정과 경제적 원리에 맞게 진행되도록 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대학은 일반적으로 금융활동을 국가가 세운 금융정책과 그에 따르는 법 규정에 기초해 진행할 것을 요구하지만 은행이나 보험기관 등의 금융업무 활동 과정에는 국가가 세운 금융정책이나 그에 따르는 법 규정을 어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은행이 상시지불준비금을 충분히 적립하지 못해 예금자에게 제 때 원금과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거나 또 예금 및 대부이자률을 중앙은행이 정한 기준이자률의 일정한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금융 거래자들의 이익에 영향을 줄뿐 아니라 금융기관이 신용을 잃고 위험에 처하게 되며 나아가서는 전반적인 금융체계의 안전을 파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융 거래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금융활동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의 업무활동에서 나타나는 위반 행위를 제 때 찾아내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금융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은 금융감독을 위해 금융감독수단이 필요하다며 수단은 법률적 및 경제적, 기술적 도구들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법률적인 금융감독수단은 금융기관들의 업무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국가의 법률 및 법 규정을 의미한다. 법에 의한 금융감독의 중요한 전제조건은 금융과 관련한 법률과 법규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제적 수단은 금융기관들의 업무활동에 대한 검사와 조종을 실현하기 위한 경제적 조치들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예금보험제도와 중앙은행대부가 경제적 조치라고 한다.

대학은 금융감독수단에는 과학과 기술적인 수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은 “금융감독의 기술적 수단은 금융기관들의 업무활동을 분석, 평가하고 통제하기 위한 여러 수학적 모형이나 프로그램, 정보망 등과 같은 정보기술수단들의 총체를 말한다”며 “금융감독에서는 컴퓨터를 통한 현대적인 정보망체계와 수학적 모형화를 결합해 금융감독정보자료의 수집과 분석, 처리를 보다 과학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수단에 의한 금융감독이 실제적인 감독 자료의 정리, 분석과 대비를 보다 과학적인 기초 위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금융감독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다 높여준다고 한다. 때문에 기술적 수단에 의한 금융감독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이 금융감독에 대해서 이처럼 설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최근 북한 내 금융 개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15일 로동신문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가 진행돼 중앙은행법, 전자결제법의 일부 내용들이 개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9월 26일, 2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는 금융부문 법집행정형총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로동신문에 따르면 박정근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이 금융부문 법집행에서의 성과와 경험, 편향과 교훈을 분석 총화했으며 국가의 통일적인 금융관리체계를 보완해 국가경제발전을 추동해나가는데서 절실한 실천적 문제들을 언급했다고 한다.

토론에서는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금융부문 법의 요구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는 2021년 1월 취임했던 채성학 조선중앙은행 총재가 물러나고 백민광 신임 총재가 임명됐다. 조선중앙은행은 북한 금융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남한의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통합한 역할을 수행한다. 백민광 총재의 과거 이력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어 10월 1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8차 전원회의에서 금융감독법이 새로 채택됐다. 금융감독법은 금융감독사업에서 제도와 질서를 철저히 세워 금융활동을 원활히 보장하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발전을 확고히 담보하는데서 나서는 법적 요구들을 규제하고 있다고 한다.

몇 달 사이에 기존 법규(중앙은행법, 전자결제법)가 개정되고 새로운 법(금융감독법)이 나왔으며 최고인민회의에서 내각부총리 주도로 금융관리 체계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금융 부문 최고 수장도 교체됐다. 김일성종합대학의 금융감독에 대한 강조는 이런 상황들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금융 개편과 관련해서 방향성은 금융 관련 질서를 세우고 법을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남한에서는 한국은행이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다 금융감독의 전문성, 독립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기능, 조직을 분리했고 지금의 금융감독원에 이르고 있다.

북한에서는 조선중앙은행이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를 분리해서 전문적인 금융감독 체계를 만들지 주목된다. 또 북한에서 금융감독 기능이 강화되면 금융은 물론 경제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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