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모습 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모습 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당이 통일 정책, 통일부 역할과 관련해 헌법 정신을 지키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의 최고 법령인 헌법에 기초해 국가 전략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헌법을 강조하고 전 정부를 비판하면서 왜곡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남북 평화통일과 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반헌법적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 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7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영호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참모들에게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나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 문재인 전 정부의 실정이 있다면 그것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선을 넘었다. 특정 사안, 정책들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과 통일 정책, 통일부를 싸잡아 반국가적, 반헌법적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의미다. 마치 남북 평화를 외치고 대화와 협력을 주장한 사람들이 헌법을 위반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이로 인해 통일부에서 '평화'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대화, 교류협력 등 업무가 폐지되거나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실제 헌법은 오히려 평화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빼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만 선택적으로 강조했다.

대한민국 헌법 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이다.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다. 대통령이 평화통일을 무시하거나 배제하거나 하지 않으려는 것이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극우 유튜버나 극우 인사들은 헌법 4조, 66조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가 만든 조항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료를 확인했다. 1972년 10월 헌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반영됐다. 평화통일을 대통령의 의무로 규정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내용은 1987년 10월 개정된 헌법에 처음으로 들어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여야 합의에 의해 개정됐다.

만약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것이 반국가적이고 반헌법적이라면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여당 관계자들부터 적용돼야 한다.

물론 평화통일과 남북 대화를 말하는 것이 반국가적이라며 간첩으로 취급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극우 인사들이 찬양하는 이승만 정부 때이다.

이후 박정희, 전두환 정부는 보수 독재 정권이었음에도 평화통일을 헌법에 반영했다. 노태우 정부 때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고 남북이 공동으로 유엔(UN)에 가입했다.

그때는 북한의 위협이 없었을까? 북한은 1.21 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고 아웅산테러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죽이려했다. 

그럼에도 대화를 추진하고 평화통일을 목표로 설정한 것은 평화의 소중함과 통일의 특수성 때문이다.

6.25 전쟁이 또 다시 발발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평화통일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이유다. 

남북통일은 안보와 대화, 협력이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안보만으로 통일을 이룰 수 없고 대화, 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없다. 새의 양 날개와 같다.

때문에 보수, 진보 정권에 상관없이 안보를 강조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을 추구한 것이다. 앞으로의 통일 정책도 안보와 대화, 협력, 평화가 함께 가야 하고 보수, 진보 이념에 상관없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연구되고, 논의돼야 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당은 이전 정부의 통일 정책을 거짓 평화를 추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자신들의 평화 정책은 진짜 평화이고 다른 정파의 정책은 가짜 평화라는 것인가? 그런 논리라면 다음 정권이 윤석열 정부의 안보 정책에 대해 가짜 안보라고 지칭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 후 현 정부에서 남북 대화, 협력 업무가 사라지고 평화통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 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평화적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장관, 차관, 정부 부처에 헌법을 잘 지키라고 지적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헌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유튜브만 보지 말고 헌법 전문을 다시 한 번 읽어보라. 대한민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헌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대통령으로써 자격이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NK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