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취재를 갔었다. 회담이 결렬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 회견을 자청했고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국제 프레스센터에 있던 일부 기자들이 참석했다.

한국 모 매체의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으니 북한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어떻게 더 제재를 강화할 방침인지 이야기해주십시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나라, 어디 소속 기자인지 물어본 후  "북한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고 노약자도 있고 여성도 있고 아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들이 밥을 먹고 살아야 하고 병원에도 가야하고 일상 생활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강력히 대북 제재를 하고 있다며 비핵화가 중요하지만 북한 주민들도 인간이라며 그들의 삶이 유지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필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화를 꺼낸 것은 최근 북한 특히 북한 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반국가 공산 전체주의'를 제시한 후 북한을 '적', '악마'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정치인, 당, 정부, 군을 대상으로 비난하는 것을 넘어 북한 땅 자체를 '지옥'으로 보고 일반 주민들까지 '악마', '노예', '거지' 등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최근 북한과 관련된 기사의 댓글을 보다가 소름이 끼쳤다. 댓글에는 북한은 악마이며 북한 주민들은 모두 죽여야 한다고 써 있었다. 북한 일반 주민들도 적일 뿐이며 아이들이 자라서 남한에 총을 겨눌 것이고 여성들은 적을 낳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댓글이 달리는 원인은 정치인, 극우 유튜버들이 극단적 주장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증오를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 주장은 과거 나치 독일이 유태인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유사하다.

'유태인들은 독일의 적이며 사람이 아니다', '노약자, 여성, 어린이 상관없이 다 사라져야 한다'  히틀러와 괴벨스 등이 이렇게 선동을 하고 독일 주민들은 유태인들이 사람이 아닌 것처럼 조롱하고 증오했다. 그 결과는 독일인들은 죄의식 없이 학살을 자행했다.

취재원들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정부의 일부 관계자들이 북한에 대해 약간이라도 우호적이거나 일반적인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을 모두 거짓이며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북한 한 농장에서 농사가 잘 됐다는 것도 가짜뉴스이고 북한의 일상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도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북한의 농사는 다 실패했으며 폐허만 있는 것이 북한의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악마이고, 곧 망할 것이며, 북한이 추진하는 것은 전부 실패이고, 주민들이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내용만 사실이며 그외에는 모두 선전이고 가짜라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 보고서, 발표자료는 물론 방송, 기사에도 이같은 기조가 반영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모든 것은 다면성을 갖고 있으며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정치와 체제 그리고 지도층이 문제가 있다면 그것에 초점을 맞춰 비판하면 된다.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자유당이 부정선거를 하고 이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것을 보고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지옥같은 나라이고 국민들은 모두 악마라고 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북한의 모든 것을 악마화하는 것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필자에게 자신의 고향 북한이 그립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북한의 정치와 부조리가 싫어서 탈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친척, 이웃들, 친구들과 살았던 고향땅을 어떻게 부정하고 잊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아직도 북한에서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춤추고 노래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런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북한이 지옥이고 모두가 악마이거나 노예라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 이런 인식 때문에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 사회에서 경계를 받거나 차별을 받고 또는 동정을 받고 있다. 필자는 왜 자신이 차별받고 동정받아야 하느냐고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 달라고 울분을 토하던 북한이탈주민이 생각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 한 것처럼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며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고, 여름에는 냉면을 먹고, 어린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모습이 너무나 닮아있다.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먹어야 하고 추석, 설을 보내느라 분주하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이웃이며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 자매, 친척이다.

남북의 갈등은 정치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 정치인들, 지도층이 싸워야 하는 것이지 남북 일반 주민들을 악마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 글을 현 정부 관계자들, 극우 유튜버들이 본다면 매우 분노할 것이다. 

그래도 필자는 북한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 주민들 모두가 9월 29일 추석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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