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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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영화 트럼보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됐을 수 있습니다.

"적을 이롭게 한다", "반역자들이다", "빨갱이를 몰아내자"

영화 트럼보는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반역자로 매도하고 마녀사냥을 하고 처벌하고 일자리를 뺐었다. 주인공 돌턴 트럼보는 헐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와 그의 친구들은 사상을 의심받아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미국 영화계에서 방출됐다.

트럼보와 그의 친구들은 한 때 공산주의에 빠지기는 했지만 간첩 행위를 하지도 않았고 테러나 반역 행위를 한 적이 없었다. 행동이라면 노조와 노동자를 지지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글로 쓴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미국 영화계 보수인사들은 영화동맹을 결성해 마녀사냥을 하고 협박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를 뻈었다.

트럼보는 가족들, 친구들을 위해 가명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처음에는 B급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편집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명작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발표했다.

그가 쓴 유명한 영화로 오드리 헵번, 그레고리 펙 주연의 로마의 휴일이 있다. 로마의 휴일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지만 트럼보는 자신이 쓴 각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MBC 주말의 영화 오프밍 음악을 주제곡으로 하는 이스라엘 건국을 다룬 영화 영광의탈출(엑소)도 트럼보의 시나리오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한 영화 스파르타쿠스도 트럼보의 작품이었다.

트럼보가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세상이 그를 욕해도 끝까지 믿고 지지해준 가족들, B급 영화사 제작자였지만 강력한 의지로 트럼보와 그 친구들을 보호해 준 킹 형제, 협박을 받으면서도 그를 지지해 준 영화인들.

스파르타쿠스 개봉을 앞두고 커크 더글러스와 영화사는 영화동맹으로부터 협박을 받는다. 트럼보를 해고하지 않으면 영화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커크 더글러스도 청문회에 세우겠다는 것. 

커크 더글러스는 '내가 스파르타쿠스다'라고 외치며 이를 거부하고 트럼보가 각본을 쓴 사실을 공개한다.  스파르타쿠스 영화 마지막에 노예들이 반란에 실패한 후 스파르타쿠스를 고발하라는 로마군의 명령에 노예들은 한명씩 두명씩 모두 일어서며 자신이 스파르타쿠스라고 외치다. 그렇게 수천 명이 자유를 외치다가 죽는다.

영화동맹은 스파르타쿠스를 보이콧하며 영화를 보는 사람이 빨갱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스파르타쿠스를 공개적으로 관람하고 좋은 영화라고 극찬한다. 그렇게 미국 영화계의 블랙리스트는 사라지게 된다.

이 영화는 트럼보 개인을 미화, 찬영하는 영화가 아니다. 트럼보의 잘못과 독선을 보여주고 가족의 입을 통해 독재자라고 비판한다. 그는 나약한 모습도 보이고 고통스러워한다.

이 영화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다른 사람을 빨갱이로 매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보여준다. 트럼보는 그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 영화동맹 회장인 영화 배우가 공산당, 빨갱이, 반역자 등을 이야기하며 트럼보 등을 비난한다.

그런데 정작 그 회장은 2차 세계대전 때 병역을 기피해서 군대를 가지 않았다. 트럼보는 2차 세계대전 오키나와 전투 등에서 종군기자로 참전했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병역 기피자가 큰 소리를 치며 정작 미국을 위해 전쟁에 참전한 사람을 반역자, 빨갱이라고 모욕한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다.  

블랙리스트 문제, 사상의 자유, 매카시즘 등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 트럼보를 추천한다.

아리랑극장 평점: 4/5 ★★★★☆

제작국: 미국

개봉일: 2016년 4월

감독: 제이 로치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턴, 다이앤 레인, 헬렌 미렌, 엘르 패닝

*  이 리뷰는 NK경제가 직접 비용을 지불해서 진행한 것입니다. NK경제는 광고나 협찬 시 분명히 그 사실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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