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공개한 북한 가상자산 지갑 주소로 이더스캔에서 확인한 정보 출처: 이더스캔
한국 정부가 공개한 북한 가상자산 지갑 주소로 이더스캔에서 확인한 정보 출처: 이더스캔

한국 정부가 북한 IT 업체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공개하며 북한 IT 인력을 고용하고 가상자산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개한 지갑은 2021년에 사용되던 것이며 최근 1년 이상 사용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월 23일 외교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북한 IT 인력의 해외 외화벌이 활동에 직접 관여해 온 북한 기관과 개인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북한 기관 3개와 개인 7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에 독자제재 추가 지정 대상은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 동명기술무역회사, 금성학원이다. 개인 7명은 김상만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 총책임자, 김기혁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 주러시아 대표, 김성일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 주중국 대표, 전연근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 주라오스 대표, 김효동 동명기술무역회사 대표단장, 유성혁 IT 인력 외화벌이 조력자(라오스 내 북한식당 운영), 윤성일 IT 인력 외화벌이 조력자(라오스 내 북한식당 운영) 등이다.

정부에 따르면 진영정보기술협조회사는 국방성 산하 IT 회사로 러시아, 중국, 라오스 등에 IT 인력을 파견했다. 동명기술무역회사는 군수공업부 산하 IT 회사로 라오스에 IT 인력을 파견하고 있으며 금성학원은 북한 내 IT, 사이버 분야 영재 교육기관이다.

또 이번에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개인 7명은 북한 해외 IT 지부 책임자로서 불법 외화벌이를 주도했거나 자금세탁 등 불법 금융활동을 통해 외화벌이를 도움으로써 대북제재 회피와 핵, 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진영정보기술협조회사의 경우 자체 식별한 가상자산 지갑주소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북한 IT 인력임을 알지 못하고 고용해 보수로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기업들에 대해 경각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가 공개한 가상자산 지갑주소는 다음과 같다.

JINYONG IT COOPERATION COMPANY(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

1 Digital Currency Address - ETH 0xb6f5ec1a0a9cd1526536d3f0426c429529471f40

2 Digital Currency Address - ETH 0x54a71549cc3bb5fbfe851226e1bb920ad4f5415e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가 사용한 이더리움 지갑이다.

NK경제는 이더리움 지갑 주소 확인 사이트 이더스캔(Etherscan)을 통해 해당 주소들을 확인했다. 가상자산 지갑을 확인하면 사용, 입출금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정부가 공개한 첫 번째 주소는 2021년 6월 30일 활동이 시작됐으며 마지막 활동은 2022년 1월 22일이었다. 총 23번의 트랜잭션(활동)이 있었다.

2021년 6월 30일 약 3.8 이더리움이 오고갔으며 8월 2일 220 이더리움, 9월 1일 200 이더리움이 움직였다. 9월 1일 96.8 이더리움, 11월 19일 46 이더리움, 2022년 1월 22일 108 이더리움이 오고 갔다. 이렇게 총 6번 이더리움이 오고 간 것이다.

2023년 5월 24일 1 이더리움 가격은 248만원이다. 이를 토대로 거래 규모를 따져보면 최소 940만원에서 최대 5억4500만원이 거래된 것이다.

이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북한이 수십 억 달러, 한화로 수백~수천 억원의 가상자산을 탈취하고 거래했다는 주장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 지갑 주소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022년 1월 이후로 활동이 없는 상태다. 

한국 정부가 공개한 북한 가상자산 지갑 주소로 이더스캔에서 확인한 정보 출처: 이더스캔
한국 정부가 공개한 북한 가상자산 지갑 주소로 이더스캔에서 확인한 정보 출처: 이더스캔

정부가 공개한 두 번째 주소는 더 의문이다. 이 지갑 주소는 2021년 5월 6일 활동을 시작해 2021년 8월 16일 이후 활동이 없는 상태다.

총 17번의 트랜잭션이 있었지만 사실상 이더리움 거래가 없는 수준이다. 2021년 5월 6일 0.01 이더리움이 움직였고 5월 14일 0.1 이더리움 또 같은 날 0.005 이더리움이 기록에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2021년 8월 16일 0.04 이더리움이 거래됐다.

1 이더리움 가격을 248만원으로 계산할 때 0.1 이더리움은 24만8000원, 0.01 이더리움은 2만4800원이다.

국방성 산하 IT 회사라는 진영정보기술협조회사가 IT 인력 고용의 대가 또는 해킹으로 2만4800원의 수익을 거둔 것일까? 이 지갑 주소 역시 2021년 8월 16일 이후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공개한 2개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는 진영정보기술협조회사 등이 운영하는 주소의 일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공개에 따른 실익이 적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는 지갑 주소를 공개함으로써 국내 기업이나 사업자들이 해당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송금하는 것에 경각심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사전 허가 없이 이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자와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공개된 지갑 주소는 각각 2022년 1월 22일, 2021년 8월 16일 이후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미 북한 IT 회사나 인력들이 해당 주소를 사실상 버렸을(사용중지) 가능성이 있다. 가상자산 지갑의 특성상 쓰다가 버리고 새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사용하지도 않는 북한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공개함으로써 한국 정부의 정보 역량이 공개됐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들을 추적, 확인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명확히 알게 됐다. 북한이 이와 관련된 보안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갑 주소 유출 경위를 북한이 파악해 제보자를 색출하는 등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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