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NK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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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소위 전문가들과 국내 언론들은 각종 의견과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내용들은 국내외 언론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를 재가공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수준이다.

그중에서는 트럼프 당선인과 2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북한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나 오히려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의 희망 사항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 정세 분석은 개인적인 뇌피셜이나 희망 사항이 아니라 냉정하고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는 과거를 통해 알 수 있다.

필자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현장에 있었다.

대부분 한국 기자들은 외교부, 통일부, 대통령실(당시 청와대) 등 출입기관들의 도움을 받아서 취재 비자를 받고 숙소를 정하고 안내에 따라 싱가포르, 베트남 프레스센터에 상주하며 기사를 썼다.

필자는 혼자 힘으로 취재를 해야 했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한국 정부에서는 NK경제가 베트남 외교부의 승인을 받아오면 현지 프레스센터 이용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다른 기자들이 한국 외교부의 도움으로 취재 비자를 받았던 것과 달리 필자는 직접 베트남 본국 외교부에 연락해서 승인을 받아야 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

덕분에 필자는 다른 기자들처럼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나 브리핑에 의지하지 않고 현장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당시 상황을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과 북한은 한국을 패싱했고 한국 정부는 눈뜬 장님처럼 무지하고 무능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의 회담 내용을 낙관했다. 회담 후 남관표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이 현장에서 기자들에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발표된 회담 결과에는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내용이 있었다. 남관표 2차장은 예정과 달리 짧은 입장만 밝히고 프레스센터를 나가려고 했고 필자를 비롯한 기자들이 달려가서 질문했다. 과연 한국 정부가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알았는지 그리고 동의했는지 질문했다.

남 2차장은 관련 내용을 몰랐다며 이제 알아보려 한다며 답변을 회피하고 사라졌다.

즉 한국 정부는 미국과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논의한 것도 몰랐던 것이다. 말그대로 한국을 패싱하고 미국과 북한이 결정했다.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는 더 심각했다.

하노이 현지에서는 이미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정식 회담 전 사전 접촉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심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싱가포르 회담 전날 밤에 김 총비서가 시내를 돌아본 것과 달리 그와 북한 관계자들이 늦은 시간까지 회의를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럼에도 한국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 하노이로 온 한국 관계자들 조차 상황을 낙관했다.

북미 회담이 무조건 타결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회담 전에 출입 기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의 저녁 만찬도 열렸다. 물론 부처 출입이 아닌 필자는 늦은 밤까지 프레스센터를 지켰다.

회담 당일에도 현장에서 이상 징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한국 정부에서는 엉뚱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북미 회담 타결 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서 환영의 뜻과 각종 대북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의 합의문 서명을 보는 장면을 TV로 보는 모습이 연출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베트남으로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당시 아무도 회담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낙관론으로 일관했다.

결국 북미 회담은 결렬됐고 김정은 총비서는 점심도 먹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기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담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몰랐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북미 회담 관련 내용을 조금도 알려주지 않았으며 한국 정부의 요청이나 조언도 듣지 않은 것이다.  역시 한국 정부가 패싱당한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무지하고 무능했으며 지나친 낙관주의와 쇼맨십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엉뚱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원수가 된 것처럼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현장을 몰라서 나온 이야기였다. 회담은 결렬됐지만 두 사람은 예의를 지키며 상호 존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은 잘 안됐지만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고 김정은 총비서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될 것을 의미하는 징조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이같은 경험으로 볼 때 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앞으로 한국 정부를 완전히 패싱, 배제하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 협상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의 직접적인 위협인 ICBM 포기를 협상하고 그대가로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주한미군 축소 등을 추진할 수 있다.

한국 정부를 완전히 배제하고 미국과 북한이 상호 대표부를 설치할 수도 있다. 평양에 미국 맥도널드가 들어가고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재개될지도 모른다.

미국 정부가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한국에 청구할 수도 있다. 

만약 미국이 한국 정부를 패싱하고 북한과 협력을 논의할 경우 한국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질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충분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골프를 함께 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바꿀 수 있을까?

진심으로 걱정이 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엉뚱하게 트럼프 2기 정부를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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