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광풍이 불고 있다. 북한과 관련된 내용만 나오면 그들은 좌파이며 속칭 빨갱이라고 공격한다.

최근 공영방송 KBS가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수신료는 KBS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내고 있다.

KBS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방만한 경영을 하면서 국민들의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얼마전 KBS의 수신료 인상을 비판하는 근거로 평양지국 개설 준비가 불거졌다. 일부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KBS가 수신료를 인상해서 평양에 지국을 건설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KBS의 수신료 인상 문제와 경영에 대해 세밀하게 또 비판적으로 검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KBS의 평양지국을 수신료 인상과 연계시키고 나아가 KBS가 좌파에 장악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담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접촉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 방송사, 통신사, 대형 언론들은 북한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평양에 지국을 개설하거나 특파원을 보내는 방안을 준비 또는 마련해 놨다. 실제로 A방송사의 경우 북한 관계자들과 접촉해 논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내 방송사, 통신사, 일간지들이 전부 좌파에 장악되고 빨갱이들인 것일까?

언론의 본분은 어떤 곳에도 갈 수 있고, 어떤 사람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전쟁 중에도 언론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현지 프레스센터에는 좌우, 보수, 진보와 상관없이 기자들이 파견돼 기사를 썼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도 좌우 언론 성향에 상관없이 기자들이 평양에 갔다. 당시 보수언론이 평양에 갈 수 없다고 다른 언론에 양보하는 일은 없었다. 

평양지국와 관련해서 사실 관계를 따져보자. 일본 교도통신은 2006년 평양지국을 개설했고, 미국 AP통신은 2012년 평양지국을 개설했다.

평양지국 설립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논리라면 교도통신, AP통신도 좌파가 장악한 빨갱이 언론일 것이다.

북한과 일본은 과거 배상문제, 일본인 납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도 대북제재, 비핵화 문제로 적대시하고 있다.

현재도 북한은 미국을 제국주의 승냥이라고 비난하고 미국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한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의 두 언론사는 북한 평양에 지국을 개설했다. 그것이 언론이기 때문이다.

KBS가 평양지국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다른 언론들처럼 하고 있는 것이다. KBS의 수신료 인상과 방만한 경영을 비판하려면 그것을 비판해야지 국내외 언론들이 하고 있는 것을 지적해서는 안 된다.

그런 논리라면 향후 SBS, MBC, TV조선, JTBC, 채널A, MBN,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이 평양지국을 개설하고 특파원, 주재기자를 파견하려고 할 때 문제가 될 것이다. 단순히 북한에 대해 취재를 하는 것이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논리라면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있어도 남한 기자들은 북한에 가면 안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일부 언론들이 정치권에 동조해 평양지국 개설이 이적 행위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같은 오해를 받는 것에는 KBS의 잘못도 있다. KBS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부정적인 시선이 있으면 그렇게 생각할까. 또 아무도 KBS를 변호해주지 않을까.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앞서 원전 문건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내부 문건을 대량으로 삭제한 것은 잘못된 행위다.

정부 부처의 공무원들이 범죄 조직이나 탈세범들이 할 행동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그들이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 원전 건설 문건 논란이 불거진 것은 유감이다. 지난 기사에서 NK경제가 밝힌 바와 같이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비핵화와 연계한 원전 건설 방안이 연구됐고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남북 원자력 협력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

1990년대부터 북한 비핵화와 원전 건설에 관한 연구와 아이디어는 계속 제시된 사안이다. 단순히 이 문건만 놓고 이적 행위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원전 문건 사건 역시 본질인 문서 삭제와 은폐 조작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북한 원전 논란이 오히려 산자부 공무원들의 진짜 잘못을 덮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 

남북 협력의 아이디어는 다양하게 나오고 있고 또 나와야 한다. 남북 협력 사안을 이적 행위로 몰고간다면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북한과 농업 협력을 하는 것은 군량미를 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통신 협력을 하자는 것은 북한의 지령을 받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남북 건설 협력은 퍼주기라고 주장하고, 산업 협력은 산업기술 유출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지금같은 광풍이 분다면 누가 통일 준비를 하겠는가? 어떤 사람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헌법부터 개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4조는 대한민국이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목표이며 전략이고 비전인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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