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행동도 어떤 상황과 시점에서 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몇 달 아니 하루 이틀 차이로 프로포즈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타이밍이라고 부른다.

필자는 남북 협력도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협력 방안이라도 그것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추진하느냐에 따라 박수를 받기도 하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적극적인 언행이 화제다. 이인영 장관은 미국 관계자들과 최근 면담하고 방송에서는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1월 23일에는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남북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일, 남북 협력을 주관하는 주무부처의 장관으로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이인영 장관에게 개인적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타이밍을 생각해볼 것을 건의한다.

11월 18일 이인영 장관은 KBS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백신을 북한과 나누는 것에 대해 말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일각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남한도 부족한데 북한에 백신을 줄 생각을 하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비난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돕는 것이 인간의 선한 마음이다. 더구나 한민족인 남과 북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연히 서로 도와야 한다.

하지만 비난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일견 이해가 된다. 그 시점에서는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영 장관의 발언이 나오기 전 모더나, 화이자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3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각국이 백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관한 소식이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30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 중이라는 것이다. 한국 국민이 5000만명인데 그중 60%인 30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한다는 것, 그것도 확보 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우려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와 비교해 미국, 유럽, 캐나다, 일본 등은 모더나, 화이자 백신의 상당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 국가는 총 국민수보다 더 많은 백신을 확보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국민들의 우려를 공감하지 못하고 3000만명 분이나 되는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 정부가 백신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전 국민 분량의 백신이 확보되지도 않았다는 발표가 나온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백신을 제공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때문에 한국 국민들이 쓸 백신도 부족한데 북한에 백신을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남자에게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와 조카가 있다. 남자는 자녀에게 노트북을 사주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조카에게도 노트북을 사주려고 한다.

그런데 자기 자녀에게 노트북을 사주려는 것을 다른 가족들이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조카에게 노트북을 사준다고 말했다. 남자의 부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기 자식은 뒷전이고 조카만 챙긴다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남자가 자기 자녀에게 노트북을 사주면서 조카 것도 사준다고 했다면 부인도 수긍했을 것이다. 

필자는 한국 정부가 국민들의 백신을 다 확보할 것이며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국 정부가 국민들을 위한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힌 후 이인영 장관이 북한에 백신을 제공하자고 했다면 어땠을까? 솔직히 현 시점에서 이인영 장관이 백신을 북한에 제공한다고 해서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지금 통일부 장관이 말했다고 해서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주관부처, 연구소, 기업 등과 협력해 방안을 수립하고 한국 국민들에 대한 백신 대책이 발표된 후 북한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을 제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11월 23일 이인영 장관이 경제인들을 만나 협력에 대해 논의한 것도 아쉽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인영 장관은 북한 관광을 언급하고 연락사무소 재개설 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는 황당할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데 북한이 남한 관광객을 받고 연락사무소를 개설할까? 코로나19가 이렇게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남북 회담이나 대화도 거부할 것이다.

이인영 장관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코로나19 때문에 침묵하고 거부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이 또 거부한다는 부정적 인식만 강해질 것이다. 제안도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는 시점과 상황에서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 유럽, 남미 등의 국가들과 비교해 맞는 주장이다.

하지만 필자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국경을 통한 유입 뿐 아니라 남한으로부터의 코로나19 유입도 경계한다. 올해 여름 개성으로 다시 넘어간 북한이탈주민으로 비상이 걸렸던 상황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이 남한과 대화, 협력을 단절한 것은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19와 관련된 영향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심각해지는 시점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이야기하고 제안했을 때 북한이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안정을 찾을 때 제안을 해야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는 협력 준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11월 23일이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던 시점인 것도 아쉽다. 연평도 포격 사건의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생각했다면 날짜를 조정할 수도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통일부의 장관의 적극적인 행보에는 동의한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무언가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타이밍을 못 맞춘다면 노력에 따른 성과는 미미할 것이다. 타이밍을 잘 알고 행동하는 것도 능력이다. 결국 프로포즈도 남북 협력도 내가 하고 싶다고 또 내가 준비가 됐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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