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NK경제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알립니다'를 쓰게 된 이유는 안타까운 이야길 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취재원이 전화를 주셔서 하소연을 했습니다. A매체에 기고를 하려고 했는데 남북 협력에 관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A매체에서 기고를 부탁하며 주제는 상관이 없다고 했지만 막상 남북 협력에 관한 내용을 보고 거부했다고 합니다.

각 언론사들은 기사, 기고, 인터뷰 등의 기조가 있습니다. 그 기조에 따라서 글을 공개하기 때문에 A매체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A매체가 2년 전인 2018년에는 남북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는 점입니다.

A매체는 남북 협력과 관련해 기자도 배치하고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고 취재도 했습니다. 당시 A매체가 개최한 남북 협력 행사에 NK경제 기자도 참석했습니다.

당시 행사에는 공무원, 국회의원, 대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A매체 관계자들은 남북 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 행사를 하면서 후원도 받았을 것입니다.

2018년 남북 협력을 다짐했던 언론사가 불과 2년만에 입장을 바꿔서 남북 협력에 관한 기고도 게재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기고 뿐 아니라 이제는 남북 협력 관련 기사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2021년 남북 관계가 다시 좋아지면 A매체는 다시 남북 협력에 앞장선다고 할 것이고 행사도 개최하고 기업 후원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2022년에 남북 관계가 경색된다면 입장을 바꾸겠지요.

이글을 쓰는 이유는 A매체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랬다면 알립니다가 아니라 도발칼럼을 썼을 것입니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승상이었던 맹상군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식객이 수천 명에 달했지요. 

그런데 맹상군이 승상에서 물러나자 식객들이 모두 떠나버렸습니다. 이후 식객 중 풍훤이라는 사람이 계책을 써서 맹상군을 다시 승상이 될 수 있게 했습니다.

맹상군이 다시 승상이 된 후 떠나갔던 식객들이 몰려왔습니다. 이에 맹상군은 식객들을 쫓아내겠다고 화를 냈습니다.

그 때 풍훤이 맹상군에게 절을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침에 시장을 가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반면 저녁 시장에 가면 지나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적합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아침 시장을 좋아하고 저녁 시장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다만 아침 시장에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있고 저녁 시장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고 자리가 높으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한 때 식객들이 당신을 떠났다고 해서 다시 오는 식객을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전처럼 대우하시길 바랍니다."      

2018년 남북 관계가 좋을 때 협력과 통일에 이바지하겠다고 외친 언론사가 A매체만은 아닙니다. 수 많은 언론사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언론사 뿐 아니라 정부 부처, 공공기관, 기업 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부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배치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부산했습니다. 교수, 연구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북한 관련 연구를 하겠다고 새로 시도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올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발생하는 등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소리 소문없이 남북, 통일과 관련된 사업을 축소하거나 정리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남북 협력, 통일 등에 관한 일이나 연구를 하다가 떠난 분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풍훤이 이야기한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현실이 이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만약 A매체를 비롯해 한국의 언론들의 감탄고토(甘呑苦吐) 같은 행동에 화가 난다면 NK경제가 대한민국 언론을 대표해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다시 돌아온다고 하면 그때 그들의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비난할 필요도 없고 다시 온다고 했을 때 막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말로 남북 협력과 통일을 준비하려는 기관, 기업, 연구자라면 1~2년이 아니라 최소 5~10년을 보고 가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장기적인 의지와 목표가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맹상군에게 밥과 술을 얻어먹고 그의 도움을 받던 식객들이 떠나갔을 때 풍훤은 그의 곁에 남았습니다. 풍훤이 있었기에 맹상군은 재기할 수 있었고 식객들도 다시 모여든 것입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독자님들(맹상군)을 떠나고 또 찾아오는 언론사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 누군가는 풍훤처럼 옆에 있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풍훤 조차 없었다면 맹상군은 그대로 몰락했을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식객들이 떠나가도 NK경제는 맹상군(독자님들)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남북 과학기술, IT 협력을 추진하는 정부 부처, 공공기관, 기업, 연구자분들 모두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반드시 그날은 올 것입니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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