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인류 보편적 가치를 특수성으로 변명할 수 없다
[도발칼럼] 인류 보편적 가치를 특수성으로 변명할 수 없다
  • 강진규 기자
  • 승인 2020.09.27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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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어떤 변명으로 가릴 수 없는 북한군의 잘못이다. 북한 체제 특수성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 훼손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국방부, 청와대의 발표와 북한 전통문 등을 종합하면 9월 21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이후 22일 북한군에 의해 발견됐지만 총격으로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에서 조난된 민간인을 피살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며 잘못이다. 해당 공무원이 사고로 바다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월북을 시도한 것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또 실종 공무원의 시신을 불태웠는지 아닌지 남북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 문제도 심각한 사안이지만 조난자 피살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돕는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행동이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 

더구나 바다에 조난당한 민간인을 발견하면 우선 구조하는 것이 만국공통의 법칙이다. 해상에서 모든 국가의 배는 국적, 소속 등과 상관없이 조난자를 발견하면 구조한다. 이런 원칙을 무시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게 된다. 

하물며 냉전 시대에도 이 법칙은 지켜졌다. 민간뿐 아니라 군용 선박이 표류하거나 선원이 조난당한 경우에도 미국, 구 소련이 서로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사례가 있다.

남한도 이런 법칙에 따라 동해, 서해에서 표류한 북한 주민을 발견할 경우 구조, 조사 후 북한으로 송환하고 있다.

북한은 이같은 원칙을 훼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 주민들이 조난을 당하거나 표류하는 경우 누가 그들을 구조하려고 할까?

해상 구조 원칙은 모두가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로 작동한다. 인류애적인 이유도 있지만 우리도 어쩌면 조난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다.

상호 간 보험이며 안전 장치다. 이를 무시한다면 그 안전 체계에서 빠질 수 밖에 없다. 북한군의 이번 조치는 북한 주민들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북한은 청와대에 보낸 전통문에서 침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영해침범 사실을 부각했다.

하지만 북한의 전통문에 침입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부유물을 잡고 해상을 떠다니고 있었다는 것은 북한이 밝힌 사실이다.

배를 타고 영해를 침범한 것도 아니고 특수부대 장비를 갖추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부유물을 잡고 표류하고 있었다는 상황이 조난자를 의미한다. 조난자가 포세이돈이 아니라면 조류에 따라 표류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영해침입, 침범 등으로 북한군의 총격이 정당화될 수 없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거론하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한 것은 사실이다. 

북한 입장에서 전염병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에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취약한 의료체계 때문에 북한에 코로나19가 유입되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또 올해 여름 개성을 통해 재월북한 사례가 있어 국경지대 경계가 더욱 강화됐다.

그럼에도 조난자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방역에도 절차와 법도가 있다. 무조건 사람에게 총을 쏘는 것이 방역이 될 순 없다. 

조난자를 우선 구조한 후 격리조치하고 조사 후 송환했어야 한다.

만약 북한이 그렇게 코로나19가 걱정이 됐다면 고무보트나 구명정을 실종 공무원에게 주고 남한 영해까지 구명정을 끌고가 밀어냈으면 된다.

당시 남한에서 실종자 수색이 이뤄지고 있었던 만큼 금방 발견됐을 것이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 체계, 상황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영해 침범 때문에 총격을 했다는 것, 코로나19로 방역이 강화됐다는 점이 그렇다. 또 북한의 군사문화, 지시를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 체제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할지도 모른다. 

체제 특수성이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가 체계, 사상이 달라도 조난자 구조 등과 같은 법칙은 지켜졌고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비난을 받았다.

북한은 청와대에 보낸 전통문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체제 특수성을 보편적 가치 보다 우선하는 사례가 없는지 점검해볼 것을 권고하고 싶다.

단순히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를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인명 존중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북한군와 당국의 명령, 지시가 계속된다면 북한 군인들은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어떤 국가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북한도 그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고립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들과 같이 살아가길 원한다면 잘못을 반성하고 스스로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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