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민주화가 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였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밀실에서 정책이 논의되고 일부 정보만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던 것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정보를 알려주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각 정부 기관들은 일부 출입기자들에게만 배포하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기자들이 받아보던 보도자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국민들은 좀 더 객관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언론사나 기자가 보도자료를 임의로 해석하는 행위도 줄어들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명한 정보의 공개에 관심이 많았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 역시 정보공개에 적극적이다.

청와대는 보도자료, 행사 내용 등을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에 공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 역시 공개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공개가 제대로 안 되는 곳이 있다. 바로 통일부다.

2020년 7월 한 달 간 통일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도자료는 단 4건이다. 그중 2건은 인사발령 내용으로 실제 보도자료는 2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부처들은 어떨까? 올해 7월 한달 간 행정안전부는 113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4건의 보도자료를 국민들에게 공개했다.

같은 기간 외교부는 71건, 해양수산부는 69건을 공개했다. 또 국방부는 35건, 법무부는 23건, 여성가족부는 21건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부처의 특성상 공개되는 보도자료의 건수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통일부 만큼 적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6월 통일부의 김연철 장관이 사퇴하고 이인영 장관이 취임하면서 보도자료가 줄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7월 통일부 보도자료가 특히 적었지만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통일부는 올해 1월 9건, 2월 9건, 3월 11건, 4월 11건, 5월 18건, 6월 12건의 보도자료를 올렸다.

2020년 1~7월까지 공개된 보도자료는 총 74건이다. 이중 17건이 인사발령 자료였다. 실제 보도자료는 57건인 것이다.

통일부가 올해 1~7월까지 공개한 보도자료 총수가 행안부, 과기정통부의 7월 한달 간 보도자료 보다도 적다.

통일부의 보도자료가 적은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첫번째로 보도자료 자체가 없었거나, 두번째로 보도자료가 있었지만 공개를 안 한 것이다.

보도자료 자체가 없었다면 통일부가 일을 안 했다는 뜻이다. 통일부 일반 공무원들은 억울할 것이다. 최근 남북 관계상황에서 고군분투했는데 일을 안했다고 하니.

어느 조직이나 일을 하는 것 만큼 일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대변인과 그 산하 공보담당관 부서 직원들은 통일부가 하는 일들을 알리는 것이 업무다. 다른 부처가 통일부 정도 보도자료를 내놨다면 그 부처 대변인, 공보담당관은 내부에서 질책을 당했을 것이다.

어쩌면 보도자료가 있었지만 통일부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출입기자들에게만 배포하고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대통령의 행보와 언행을 즉시 알리고 있는 청와대는 보안이 미흡한 조직인가?

통일부 만큼 기밀을 많이 다루는 외교부도 한 달 간 71건, 국방부도 한달 간 35건의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외교부, 국방부의 보안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필자도 모든 보도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개할 수 있는 자료는 공개돼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든 통일부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는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통일부가 보도자료 등을 공개하는데 신경쓰지 않는 것에는 기자들의 잘못도 크다.

아마 통일부 출입기자들에게는 정보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정부 부처와 출입기자들이 바보라서 보도자료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해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통일부가 이런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고 밀실에서 논의하고 정해진 출입기자들에게 자료를 주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밀주의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책 실패가 계속된다면 결국 그 조직은 자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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