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북한자료센터는 교토삼굴이 필요하다
[도발칼럼] 북한자료센터는 교토삼굴이 필요하다
  • 강진규 기자
  • 승인 2020.04.18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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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최근 남한의 북한 관련 연구를 강타했다. 

그 이유는 연구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도 아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을 못 만나기 때문도 아니다.

통일부가 운영하는 북한자료센터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1989년 설립된 북한자료센터는 북한자료를 국민 일반에게 공개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자료센터는 북한 신문, 책자, 영상, 사진 등 원문을 제공한다. 

북한자료센터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올해 2월 6일 휴관했다가 2월 21일 재개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대응 상황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2월 25일 다시 문을 닫았다. 4월 5일 개관을 준비했지만 4월 19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개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문을 닫은 것이다.

코로나19는 남한 뿐 아니라 전 세계, 전 분야를 강타하고 있다. 이런 재난 상황에서 북한자료센터가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북한자료센터의 역할과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 관련 자료를 다른 도서관, 센터 등도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자료의 민감성과 수집의 어려움 때문에 한계가 있다.

반면 정부가 운영하는 북한자료센터가 가장 많은 북한자료를 공식적으로 보유,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북한, 통일, 남북 관련 연구자들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북한자료센터는 일부 자료만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대부분 자료는 직접 센터를 방문해 종이, 실물 자료를 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즉 유일무이한 그것도 오프라인으로 운영되던 북한자료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북한 관련 자료를 확인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A교수는 "다른 교수, 박사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자료 확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B대학원생은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답답한 상황이다"라며 "대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C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제 센터가 다시 문을 열지 알 수 없는데 마냥 기다리기도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에 맹상군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재능과 인품을 인정받아 영원히 재상에 있을 것 같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실각했다.

그 때 풍훤이라는 식객이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대응할 방책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 말이 교토삼굴(狡兎三窟), 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 만든다는 것이다.

이 고사성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한 방책을 2중, 3중으로 만들어놔야 한다는 뜻이다.

통일부의 북한자료센터 휴관은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다. 그러나 플랜B, 플랜C가 준비돼 있는지 묻고 싶다.

만약 북한자료센터에 실물 자료들이 집중된 상황에서 그곳에 지진이나 화재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고 화재로 센터가 전소됐을 때 플랜B로 준비된 자료가 있을까?

과거 조선은 재난에 대비해 조선왕조실록을 5곳에 보관했다. 이를 통해 전쟁과 재난으로부터 자료를 보존할 수 있었다.

통일부는 기존에 운영하는 북한자료센터 뿐 아니라 제2, 제3의 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 디지털 시대에 계속 오프라인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북한자료센터가 오프라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북한 자료를 함부로 이용하는 것,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것, 무단으로 복제하는 것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IT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만약 누가 북한 자료를 보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면 로그인과 인증 방식을 사용하면 된다. 정부의 각종 서류 발급과 금융 거래도 인터넷, 모바일로 이뤄지는 세상이다. 로그인과 휴대폰 문자, 일회용비밀번호(OTP) 등 인증을 거쳐서 자료에 접근하도록 하면 자료를 보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최신 기술로 온라인으로 보는 자료의 불법 복제를 막는 방법도 있다. 캡쳐 등 불법복제 시도를 막고 프린터로 출력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고 불법복제를 했을 경우 워터마크를 자료에 표시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문서 보안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북한자료센터 자료를 디지털화한다면 제2, 제3 센터를 만드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제2 센터를 디지털 북한자료센터를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디지털 북한자료센터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북한 연구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디지털화했을 경우 해킹이 우려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부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남한을 공격하는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북한 해커들이 북한 신문, 책 등 자료를 해킹해서 볼 이유가 있을까? 중국, 러시아 해커의 경우는 해킹을 하는 것보다 북한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보고 자국의 자료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제2, 제3 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디지털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현행 법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하는 것이 통일부의 역할이다.

긍극적으로는 북한 관련 자료 접근을 사실상 봉쇄하고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는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북한을 바로 알아야 협력도 하고 통일, 대북 정책을 준비할 수 있다. 북한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만약 북한의 위협이나 선전선동을 우려한다면 더욱 북한을 알아야 한다. 알아야 대비를 할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단기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접근 편의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북한 자료 접근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진행하자.     

결국 자료를 보고 이해하고 연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가짜뉴스를 만드는 것 같은 불법적 활용이 문제다.

누군가 가위로 사람을 찔렀다고 해서 가위 판매를 중지할 수는 없다. 정부는 규제의 초점을 달리해야 한다. 

북한자료센터의 첫 번째 굴은 제2, 제3의 쌍둥이 백업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굴은 디지털 북한자료센터를 만드는 것이며, 세 번째 굴은 북한자료 접근에 대한 고민과 국민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다. 다른 3개의 굴을 파도 된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서 통일부와 북한자료센터 관계자들도 당혹스럽고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힘들기는 하지만 이를 기회로 북한자료센터의 교토삼굴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 봤으면 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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