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남북 관계가 안갯속에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걱정하고 또 문제들을 지적한다.

남북 관계에 진전이 없는 것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들이 뒤엉켜 있다.

필자는 남북 문제와 관련해 외부와 남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심이 없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북한이라는 주제를 돈벌이나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데 이용하는 사람들, 전문가 행세를 하는 가짜 전문가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표리부동한 사람들

남북, 통일 관련 일을 하고, 연구를 하는 사람들 중 이런 사람들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억지로 남북, 통일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 중에 있다.

많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정부, 공공기관의 특성상 직원들의 업무가 계속 바뀐다.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공공기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싫다면 사표를 쓰고 민간 부문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기업에 가면 된다. 아니 민간 기업에서도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할 때가 많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려면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되는 것을 추천한다.

남북, 통일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책임감과 신념,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일이 성과될지 안 될지 모른다.   

남북, 통일 관련 일을 한다면서 일을 떠넘기고 또 미루고 사람들과 소통도 하지 않고, 담당자들이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북한이라는 주제를 이용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말하는 가짜 전문가들이다.

필자는 전문가가 전공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조사, 연구를 하고 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길 듣고 고민해서 의미있는 분석을 해낼 수 있다면 전문가다.

가령 농업 부문 전문가가 북한의 농업 실태를 조사해서 분석하고 연구한다면 그 사람이 북한 농업 전문가다. 또 북한 생활, 문화 전문가가 북한의 온라인 활용 실태를 조사, 분석해서 온라인이 바꾼 북한 주민들의 생활 실태를 분석할 수 있다. 계속 새로운 연구를 발굴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필자가 지칭하는 가짜 전문가는 조사, 연구, 분석, 관계자 인터뷰 등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확인되지 않는 내용들을 말하며 스스로 전문가라고 큰 소리 치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 김정은 총비서 사망설, 북한 쿠데타설 등을 주장한 사람들이 있다. 정통한 소식통을 들먹이며 북한 정세를 분석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결국 사실이 아니었다.

필자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특별한 부탁(?)을 받았다는 사람, 북한의 특정 분야 발전을 자신이 다 이뤄냈다고 하는 사람, 김정은 총비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북한의 경제를 자신이 좌지우지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로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회담을 주선하고, 남북 협력을 추진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고 있는가?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을 만난 경험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노출하지 않으려 하고 또 말도 신중하게 한다. 자신이 아는 것만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정확히 이야길한다. 반면 큰 소리를 치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보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

이런 가짜 전문가들이 활개를 치면 잘못된 정보가 가짜뉴스로 확산될 수 있다. 이는 정부 정책수립, 기업들의 사업 전략수립에 악영향을 주고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퍼트릴 수 있다. 가짜뉴스가 퍼짐으로써 남북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가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는 전문가들도 있다. 10~20년 전에 연구를 하고 최신 상황을 연구하지 않고 전문가라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G, 3G 통신 전문가가 이후 4G, 5G에 대해 연구하지 않고 잘 모르는 상황에서 5G 시대에 자신이 통신 전문가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북한 IT 부문에서는 2015년에 국가정보화국이 등장하고 올해 정보산업성이 설립됐다. 그런데 북한 IT 조직을 이야기하면서 조선콤퓨터쎈터만 이야길한다. 당연히 과거를 알고 현재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과거만 알고 현재를 연구하지 않으면 북한 IT 전문가가 아니라 '북한 IT 역사 전문가'라고 지칭하는 것이 맞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문가가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활동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A분야 전문가가 B분야를 조사하거나 연구도 하지 않고, A분야 전문가라는 권위를 내세워 B분야 전문가라고 지칭하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가짜 전문가들이 정부, 기업들의 정책, 전략 수립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 정책, 남북 협력은 엉뚱한 방향으로 갈 것이다.  

세 번째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표리부동한 사람들이다. 

남북 관계가 좋으면 남북 협력의 선봉장이라던 사람이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나몰라라 하고 또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반공 투사로 돌변한다.

언론을 예로 들 수 있다. 보수언론이 보수적인 논조를 이어가고, 진보언론이 진보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대한민국에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다. 

문제는 표리부동한 언론들이다. 진보정권에서는 남북, 통일 문제에 앞장 설 것처럼 하면서 기자들을 배치하고 행사를 개최한다며 정부, 기업의 후원도 받는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쥐 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 그리고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보수적으로 기사 논조를 바꾼다. 다시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남북 협력의 투사로 다시 돌변한다.

이렇게 이득만 쫓는 사람들이 남북, 통일 문제에 관여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득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남북 화해 협력이나 통일이 아니라 그들의 이득을 챙기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유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언젠가 남북 관계가 좋아진다면 북한 IT에 대해 취재 한 번을 하지 않던 언론사들이 북한 IT 관련 대형 행사를 하겠다며 정부로부터 수억 원의 지원을 받으려 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들이 남북 협력이나 미래를 생각할까? 아니면 자신들의 이익과 매출을 생각할까? 

필자가 지적한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불편한 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

도발칼럼이 불편하다면 바꾸면 된다. 더 연구, 분석해서 전문성을 증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면 된다. 또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줘서 표리부동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결국 남북 문제의 적(敵)은 우리 내부에 있다. 우리부터 바뀌어야 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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