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식량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국적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체제가 흔들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확인을 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보도가 나오고 일부 전문가들이 그렇게 주장하느냐구요? 그거야 정치 때문이겠지요."

2~3달 전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에 봉착했고 전국적으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대북 소식통을 인용한 국내외 언론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고 일부 전문가들이 이에 호응했다.

그러나 무너질 것이라던 북한 체제는 이번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또 아사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조용한 상황이다.

이미 2~3달 전 북한 식량난 보도가 나왔을 때 전문가들은 보도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직전처럼 갑작스럽게 북한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정부 관계자들 조차 북한에서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식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극심한 상황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한동안 북한 식량난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식들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북한이탈주민에 문의한 적이 있다. 그 취재원은 북한 내에 소위 소식통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취재원의 답은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언론 보도가 과장됐고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만 그 취재원은 논란에 휩쌓이지 않기 위해 침묵했고 보도 역시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잘못된 소식과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필자는 많은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이 뇌피셜로 북한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뇌피셜은 '뇌(腦)'와 '오피셜(Official, 공식 입장)'의 합성어로 자신만의 생각을 공식적으로 검증된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북한을 바라볼 때 사실과 데이터를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에서 식량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내용이 과장된 것이다.

일부 취재원들은 북한 식량난이 과장된 것이 정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초 북한은 계속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그런데 마침 식량난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를 연결해서 북한 당국이 전국적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데 마사일 시험에 돈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에서 식량 가격이 급등한 정도로는 비난의 근거가 약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정치를 알지 못한다. 또 정치적 행위를 비판하기 위해 이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보를 자의적으로 뇌피셜로 해석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소위 전문가들 조차도 북한을 뇌피셜로 보고 있다.

2019년 비공개 회의에서 필자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근거는 북한이 국제 우주개발 관련 법령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인공위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연구진은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전자부품을 보호하는 방법, 인공위성의 궤도수정 방법 등을 연구했다. 

그런데 회의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에 대해서 그럴리가 없다며 비웃었다. 아니라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고 단지 그럴리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북한이 그런 기술력이 없으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추기 위한 위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2022년 3월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며 밝혔으며 북한은 이와 관련된 시험 발사도 진행했다. 북한은 관련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은 조만간 실제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을 부정했던 남한 전문가들, 공무원들이 그동안 이에 대비해 왔을까?

과거 북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또 개발한다는 내용을 취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무슨 스마트폰을 쓰냐며 웃었다. 모두 북한의 선전이고 거짓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북한 전문가들 중 북한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처럼 북한을 바라보고 해석할 때 사실, 팩트가 아니라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 자신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사망설이 나오고, 김여정 부부장이 보이지 않으면 권력투쟁설이 나오고 있다. 명확한 근거는 없다. 그냥 자신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근거도 없는 북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려면 차라리 점쟁이를 찾아가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 최소한 점쟁이는 당사자의 생년월일은 확인하고 답을 한다.

잘못된 정보는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정책에 혼선을 가져온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서 전혀 가능성이 없는 남북 협력 방안을 만들지도 모른다. 안보와 관련해서도 엉뚱한 곳에 시간과 노력, 예산을 투입하고 정작 대비해야 할 것을 못할 수도 있다.

대북, 통일 정책은 정확한 정보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실은 일부 언론, 전문가들이 정보를 자의적으로 조작, 해석하고 그것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뇌피셜이 횡횡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대북, 통일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뇌피셜로 인해 남북 관계는 악화되고, 안보에 구멍이 뚫리고,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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