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가 식당을 방문한 고객의 머리를 손질해 준다고 하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가 미쉐린 가이드의 최고 평점을 받은 요리사라고 해도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심장수술 전문가가 법원에 출두해 사람들을 변호하거나 미술가가 국제육상대회에 출전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 각 분야와 사람들에게는 역할이 있고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할 때 사회가 문제없이 돌아간다. 정부 부처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 IT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의료, 복지 등에 힘써야 한다.

그런데 최근 통일부를 보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존재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조직법 31조는 통일부(장관)가 통일 및 남북대화, 교류, 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통일부의 역할은 남북 대화, 교류, 협력을 추진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월 24일 통일부는 부대변인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으로 만들어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쪽 사무처 조직을 없애고 관련 기능을 남북회담본부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또 통일부는 교류협력실은 교류협력국으로 격하시키고 기존 6과를 4과로 축소하기로 했다.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 조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법에 명시된 스스로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하고 있다. 다른 부처들이 자신들이 존재하는 법적 근거를 이유로 조직을 확대하는 것과 대비된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이 중단된 상황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이는 스스로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며 앞으로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통일부을 없애거나 처, 청 등 차관급 기관으로 격하해야 한다.

통일부의 모호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일부가 외교부인지, 국가정보원인지, 국방부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말한 것처럼 통일부는 남북대화와 화해, 협력, 교류 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방부는 국방, 안보를 해야하고 외교부는 국제 협력을 해야 하며 국정원은 정보, 보안 업무를 해야 한다. 

통일부는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통일부는 2월 24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규탄, 비판했다. 이와 비슷한 강도 높은 경고(?)와 비판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핵, 미사일 등 규탄, 비판은 한국 국방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국방부가 강성 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남북대화를 해야 하는 통일부가 나서 이런 발언을 한다면 과연 대화가 될 수 있을까?

최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했다. 권 장관은 일본 외무상, 관방장관과 회담했다.

통일부 업무 중 일본 정부와 논의해야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통일부의 핵심 업무인지 장관이 직접 방일을 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한국에는 외교부와 외교부 장관도 있고 주일 한국대사관과 주일 한국대사도 있다.

이번 권 장관의 방일은 18년만에 통일부 장관의 공식 일본 방문이라고 한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 장관들이 방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통일부 장관들과 통일부 관계자들이 바보라서 방일을 하지 않았을까? 과거 일본 정부와 논의할 사안이 있으면 통일부 실장, 국장이나 차관이 방일했을 것이다.

만나서 서로 싸우건, 항의를 하건, 화해를 하건, 어떤 논의를 하든지 지금 통일부에서 시급히 만나야 할 것은 일본이 아니라 북한 관계자들이다.

이와 함께 통일부와 관련해 요상한 이야기가 돌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들이 유관기관, 연구자들, 유관단체 등에 보안 강화와 법규를 강도높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통일부 관계자들이 보안을 들먹이며 고압적으로 큰 소리를 치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이에 통일부가 국정원이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보안과 관련해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경고 발언을 하는 것은 그들의 업무이니 이해할 수 있다. 또 법규 위반에 대해 경찰이 이야기하는 것도 그들의 업무다.

그런데 통일부가 남북 대화, 교류, 협력을 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큰 소리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오히려 국정원, 경찰이 큰 소리를 쳐도 통일부 관계자들이 남북교류, 협력과 관련해서는 방패가 되고 해명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이야길 한 것처럼 각 정부 부처가 자신들의 역할을 바로 알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나라가 잘 돌아간다.

통일부가 남북 대화, 교류, 협력이라는 본분을 잊고 외교부, 국정원, 국방부, 경찰 등을 따라한다면 통일부가 존재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통일부가 남북 대화, 교류, 협력 업무를 축소하고 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통일부가 필요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통일부에서 일본, 미국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외교부로 보내고, 북한 미사일 발사 규탄하는 사람들은 국방부로 보내고, 국정원 직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정원으로 보내면 된다.

통일부라는 부처를 없애고 장관, 차관을 없애면 국민들의 세금도 절약되고 윤석열 정부의 슬림한 정부 조직에도 부합할 것이다.

최근 필자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통일부를 뒤에서 비판하고 통일부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통일부 관계자들 앞에서 직접 이야길 하지 않을 뿐이다.

필자 역시 이렇게 글을 쓸 필요가 없다. 무시하면 된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통일부에 대한 미련과 애증이 남아서 쓴소리를 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통일부가 자신들의 진정한 역할과 본분을 생각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NK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