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관여한 개인과 기관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부 내용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는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를 제재 대상 기관으로 지정했다.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는 1958년 창립된 조선아동영화촬영소로 출범했고 1971년에 조선과학영화촬영소와 통합해 조선과학교육영화촬영소로 확대, 개편됐으며 1996년에 애니메이선영화부분으로 분리돼 지금의 촬영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에는 1000여명의 제작자들이 애니메이선을 제작하고 있다. 북한의 인기 만화영화 소년장수, 다람이와 고슴도치 등을 제작했다.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는 남북 협력에 참여한 기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2005년 이 기관은 남한과 합작으로 왕후 심청을 선보였다. 이후 이 기관은 남한의 인기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제작에도 참여했다.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하청을 받는 형태로 여러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는 핵, 미사일, 군사 무기와 관련 없는 기관이다. 소년장수나 뽀로로는 핵무기도, 미사일도, 대량살상무기도 아니다. 이 회사는 어린이들이 보는 만화영화를 만드는 곳이다.

한국 정부는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 제재 명분으로 노동자 파견 즉 외화벌이를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기관은 해외에서 하청을 받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대외 사업을 한다고 해서 모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인가?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 적용한 명분대로라면 북한의 모든 경제 활동, 돈을 버는 활동을 막겠다는 뜻이다. 모든 북한의 경제 활동을 막겠다는 것은 사실상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을 붕괴시키고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라면 당당히 그렇게 밝혀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 정부 관계자들 조차도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와 흡수통일에 반대하고 있다. 그로 인해 남한의 안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갑자기 붕괴된다면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수많은 무기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만약 수십만, 수백만 대량 난민이 발생한다면 한국 사회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자칫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갑작스러운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이를 모두 감당할 수 있다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모든 경제 활동을 막겠다고 할 경우 북한이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실제 남북 간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핵, 미사일 등 군수 부문에 대한 추적과 제재는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무기, 군수와 관련없는 아동용 만화영화를 만드는 회사를 제재한다면 실효성도 없이 서로 기분만 상하게 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 대한 제재 소식을 듣는다면 대남 적개심만 강해질 것이다.

남한에서는 반북 정서만 강화시킬 것이다. 어쩌면 뽀로로가 상영금지되고 제작진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남한 정부가 북한의 만화영화 제작을 제재한다고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까? 또 실제로 외화벌이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만화영화 제작보다 북한이 미사일, 무기 수출로 얻는 수익이 훨씬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를 추적할 시간과 노력을 차라리 핵, 미사일 등에 집중해야 한다. 핵, 미사일을 추적하고 분석할 시간을 소년장수 추적, 분석에 낭비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는 남북 애니메이션 교류, 협력의 상징이었다. 이번 조치는 남한이 남북 문화예술 교류와 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쌓아온 남북 문화예술 교류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남한 정부는 북한의 검찰인 중앙검찰소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의 주장은 중앙검찰소가 북한의 핵심 권력기구라는 것이다.

중앙검찰소는 남한의 대검찰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앙검찰소가 북한 사법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권력기구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곳이 핵심 권력기구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가 중앙검찰소 소장을 임명하고 있다. 중앙검찰소가 최고인민회의의 통제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당, 내각, 최고인민회의 중 로동당이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때문에 북한의 핵심 권력기구인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군수공업부, 통일전선부 등이 모두 당 기관이다. 

특히 당에는 막강한 중앙검사위원회가 있다. 당 규율 위반을 검사, 조사, 검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정당 내부 검사를 한다고 보면 안 된다. 북한 전체 검사, 조사, 검열을 규율한다.

중앙검사위원장은 정치국 위원 및 비서국 비서를 겸하는 고위직으로 북한 정권의 핵심 중 한명인 김재룡이 위원장이다.

남한 정부가 핵심 권력기구라고 지칭한 중앙검찰소의 소장은 당 중앙검사위원회의 위원장도, 부위원장도 아닌 12명의 위원 중 1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당 중앙검사위원회와 중앙검찰소의 위상 차이를 보여준다.

남한 정부의 대북 제재 온라인 지원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당 중앙검사위원회와 김재룡 위원장은 제재를 받고 있지 않다.

남한 정부가 중앙검찰소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보면서 북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우려된다.

단순히 남한에서 지금 검찰의 힘이 강력하다는 생각에 북한에서도 검찰이 핵심 권력기구라며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남한이 검찰공화국이라고 해서 북한도 검찰공화국인 것은 아니다.

필자는 현 정부에 한마디만 하고 싶다. 제재를 하려면 좀 제대로 알고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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