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양자 컴퓨팅을 이용한 암호해독과 사이버공격에 대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 연구진이 ‘CCA 보안 해시 알고리즘 엘가말의 병렬 처리로 암호 해독 속도 향상 가능성(Possibility of decryption speed-up by parallel processing in CCA secure hashed ElGamal)’이라는 논문을 미국 온라인 학술지 PLOS ONE에 소개됐다. 참여한 연구진은 김규철, 지현아, 정영복, 김광혁, 김학수이다.

이 논문은 엘가말(ElGamal) 암호와 관련이 있다. 엘가말은 공개키 암호화 방식 중 하나로 이집트 암호학자 타허 엘가말(Taher Elgamal)이 1985년 개발했다. 타허 엘가말은 미국 IT 기업 세일즈포스 시큐리티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한 바 있다.

북한 연구진은 논문에서 “우리는 병렬 처리를 통해 해독 속도를 높이는 CCA 보안 해시 알고리즘인 엘가말과 그 빠른 변형을 제안한다”며 “이 병렬 방식은 정수 그룹에서 구현된 모든 CCA 보안 공개 키 암호화 방식 중에서 가장 빠른 해독 속도를 자랑하며 큰 모듈러스 숫자를 사용해 양자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엘가말 프로토콜을 실용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진은 결론에서 “병렬 처리를 통해 엘가말의 해독 속도를 높였다. 병렬화 방식은 보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독을 위한 일부 작업은 암호화 단계에서 미리 계산되며 개인 키 자체는 해시된 엘가말과 비교해 축소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병렬 방식을 사용하면 양자 컴퓨터 공격에 저항하기 위해 큰 모듈러스 수를 사용할 때 정수 그룹에서 엘가말 알고리즘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발견은 멀티코어 CPU 또는 다중 코어 GPU가 탑재된 플랫폼에 널리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북한 연구진은 엘가말 암호 해독을 빠르게 하며 양자 컴퓨팅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다. 양자 컴퓨팅은 양자 역학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 성능을 뛰어넘는 양자 컴퓨터를 개발해 연산하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팅이 구현되면 현존 슈퍼컴퓨터로 수백 년이 걸리는 문제는 단번에 풀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팅으로 인해 기존의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각국에서는 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북한 연구진은 양자 컴퓨팅이 등장할 것에 대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의 핵심은 김규철 박사로 추정된다.

김규철 김책공업종합대학 정보과학기술학부 실장은 지난 2020년 국제 컴퓨터과학 저널인 씨레티컬 컴퓨터 사이언스(Theoretical Computer Science)에 'Fast rebalanced RSA signature scheme with typical prime generation'이라는 논문을 투고했다.

그는 같은 해 PLOS ONE에 ‘Decryption speed up of ElGamal with composite modulus’이라는 엘가말 암호 관련 논문도 투고했다.

김규철 박사는 2023년 국제 과학저널 출판사 힌다위(Hindawi)에 ‘Single-Tiered Hybrid PoW Consensus Protocol to Encourage Decentralization in Bitcoin’이라는 블록체인 관련 논문도 제출했다.

또 김규철 박사와 김책공대 연구진은 2023년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중국 청두에서 열린 ‘MICML 2023’에 논문을 투고 했다. 해당 논문은 ‘Decryption speed up of RSA by pre-calculation(사전 계산을 통한 RSA 복호화 속도 향상)’이었다.

김규철 박사는 북한의 암호, 보안 분야 전문가인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런 그가 양자 컴퓨팅 공격에 대비하는 연구 논문에도 이름을 올린 것이다. 양자 컴퓨팅 대비 연구 논문이 2023년에 제출된 만큼 이후 더 발전된 연구를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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