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2018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6월 12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취재한 것이었습니다. 꿈이 가득한 마음으로 싱가포르로 날아갔지만 현실은 좌충우돌이었습니다. 그 때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요? 오늘은 그 때는 그랬었다는 뒷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018년 6월 11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한 것은 김정은 북한 로동당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 호텔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싱가포르에 처음 간 것이라 어버버하면서 호텔을 찾았습니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가다가 바리케이트를 만났습니다.  

장갑차에 기관총을 든 경찰들. 딱 봐도 여기를 지나가면 김정은 위원장의 호텔이 있겠구나 생각했지요. 

바리케이트가 2중, 3중으로 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서 있다가 경찰들에게 무심코 물어봤습니다.

"여기 들어가서 좀 더 가까이서 봐도 되나요?"

경찰이 저를 위아래로 보더니 물어보더군.

"Where are you from?"

저는 당당히 "KOREA"라고 말했습니다.

경찰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길하더니 저를 들여보내 준...

저는 걸어갔습니다.

문제의 사진

거리를 걸어가다가 보니 제 앞에도 뒤에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건 뭐지 생각하며 이곳저곳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것을 보더니 갑자기 골목에서 기관단총을 든 경찰(or 군인)이 나타나서는 지금 뭐하는 거냐며 카메라를 손으로 움켜잡은...

저는 당황해서 "사진 찍고 있는데요."

경찰이 말하더군요. "당신 누구야. 여기 사진찍으면 안 돼. 어디서 왔어?"

저는 "KOREA"라고 다시 답했습니다.

그제서야 경찰이 "North? or South?"

당연히 "South"라고 했지요. 경찰이 얼굴이 붉어지면서 South가 여기 왜 들어오냐며...

경찰 두 명이 양 옆에서 제 팔을 잡고 반대편으로 끌어냈습니다.

아무래도 경찰들이 저를 North Korea에서 온 것으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저를 North Korea 관계자로 본 것인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생김과 옷이?

경찰과 함께 나오는 반대편 바이케이트 입구에서 사진, 영상 기자들이 저를 찍기 시작한.... 

저를 보고 물어보더군요. "누구세요?"

저는 "기자인데요."

-_-;;; 다들 "기자가 거기서 왜 나와요?"

저는 "왜요?"

"지금 나오신 곳이 김정은이 머물고 있는 호텔이잔아요"

저는 "헉"했습니다. 

나중에 누군가 이야길하더라구요.

"너 총 맞을 뻔 했다", "한국 기레기로 물의를 일으킬 뻔 했다", "김정은 호텔에 괴인물 난입으로 기사가 날 수 있었다"

일부러 그런거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아닙니다. 

여기서 멈출수 없다는 생각에 저는 다시 다음 날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으로 향한...

센토사섬은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역에서는 "여기가 내일 역사적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입니다. 구경들하세요." 이렇게 홍보를...

한국언론에서 센토사섬 다리를 막아 경호하고 통제한다는 소리는 사실이 아니었지요.

 

센토사 카펠라 호텔로 가는 길에 여성 분과 경찰이 있었습니다. 관광객인가 하는 생각에 다가간... 여성분은 관광객이 아니라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라고 하더군요. 

그 분은 저에게 "누구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KOREA에서 온 기자인데요"

"프레스센터로 돌아세요. 여기는 오시면 안 됩니다."

"예"하고 저는 바로 돌아섰습니다.

다음날 찾아간 카펠라 호텔 가는 길

그렇게 6월 11일은 조용히 끝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묻고 있는 호텔로 가는 길에 다시 김정은 위원장의 호텔에 가서 보니 기자, 구경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몰래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경호오토바이가 호텔로 들어갔다, 나왔다는 반복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외부로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그 장소가 어디냐였던... 센토사 회담장으로 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전에 만나서 와인을 마신다. 식물원에 간다, 마리나베이샌즈로 간다 등 의견이 분분했지요. 각 언론사들은 후보지로 기자들을 급파했지만 저는 혼자였으니 찍어야 했습니다. 

드디어 김정은 위원장이 탄 차가 나오고... 저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마리나베이샌즈로 저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을 잘못내린...ㅜㅜ 마리나베이샌즈가 아니라 마리나베이샌즈가 보이는 곳이더군요. 큰일났다고 생각하는데 모방송사를 포함한 몇몇 기자들이 허둥거리는 것을 보고 저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던...

마리나베이샌즈로 가서 카지노를 지나 허둥거리며 찾았는데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방금 나갔다고 하더군요. 기자들이 뛰면 함께 뛰고 경찰을 보면 쫓아가고 6월 11일밤 숨바꼭질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저녁도 못 먹고 호텔로 돌아가면서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를 샀습니다. 그런데... 술을 살 수 없다고 하더군요. 밤 10시30분 이후로 주류 판매 금지라고....ㅜㅜ 시계를 보니 10시35분이었습니다. 안주만 사서 방에 와서 안주로 배를 채웠습니다.  

다음날 아침 김정은 위원장 호텔에서 센토사섬으로 가는 길에 진을 친... 수많은 기자들과 시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계속 찍다가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탄 차(?)는 찍었습니다. 손을 흔들었는데 그가 봤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싱가포르 프레스센터에서 영상을 보며 기사를 쓴...

 

 

틈틈히 한국 정부 측에서 프레스센터에 간식도 주셔서 간신을 먹으며 일했습니다. 저는 배고픈 기자라서 마구 먹었는데 다른 기자들은 별로 안드시더라구요...^^;;; 

프레스센터에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등장했습니다. 당초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지만 공식 입장만 발표하고 퇴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정상회담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지한다는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남관표 2차장은 그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기자들이 몰려들어서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물어봤는데 남관표 2차장 본인은 몰랐다고 하며 황급히 나가버렸습니다.

이에 따라 한미 군사훈련 중지가 한국과 사전 조율이 안 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지요.

당초 싱가포르 회담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나타날 수 있다. 6월 13일 3자 회담이 열린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기자들이 호텔, 항공편 예약을 변경해야하는지 고민했지요. 그러나 실제 회담 후에는 기자들 사이에서 기대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 방문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회담이 끝나고 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축배를 들러 갔습니다. 다른 언론들은 단체로 오기도 하고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 출입기자단이 왔기 떄문에 어울려 다녔지만 저는 싱가포르에서도 혼밥을 먹은...

차이나타운으로 가서 칠리크랩이나 맛있을 것을 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식당가에서 한 주인 아저씨가 싱가포르 전통 요리는 개구리 요리라며...

"싱가포르 오셨으면 개구리 드셔야죠!"

"아 그런가요?"

제가 2마리를 시키면 1마리를 더 주는 2+1으로 싸게 주겠다고 하더군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개구리를 먹어본 후 처음으로 개구리를 먹게 됐습니다. 메뉴는 개구리, 밥 한공기, 맥주 한병...

회담을 자축하고 고생을 했으니 몸보신(?)하자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이것이 싱가포르의 별미(?) 개구리 요리

개구리탕은 닭도리탕과 마라탕에 한약을 넣은 느낌이더군요. 개구리 맛은 가물치, 메기 같은 민물고기와 닭고기의 중간 맛 정도. 살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양념과 야채가 맛있었던... 이 양념으로 닭이나 메기 요리를 하면 더 맛있을텐데 생각이 되더군요. 그런데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청소부 할아버지가 다 먹은 줄 알고 치워버리신...

할아버지에게 말을 하려고 해도 씩 웃으시며 저에게 괜찮다고 본인이 깨끗이 다 치웠다고 하더군요. 결국 몸보신도 제대로 못한... 하지만 개구리 맛을 봤습니다. 개구리가 싱가포르에서 유명하다고 하니 가시면 드셔보세요.ㅋ

다만 거기 취재 간 분들 중 개구리 요리드신 분을 못 봤습니다...  

6월 13일 못가 본 회담장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데 센토사 카펠라 호텔을 찾아갔습니다. 멀리 호텔이 보이고 들어가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호텔 앞에 몇몇 싱가포르 현지 기자들과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이 있더군요. 저보고 누구냐며 손님이냐고 하더군요. 저는 기자라고 하니 촬영도 취재도 금지라고 싱가포르 정부의 허가를 받아와야 한다고... 그래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왔습니다. 비를 맞아서 불쌍해보였는지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하는데 저는 당당히 "됐거든요"하고 나왔습니다.

그와중에 사진을 찍은...

 

김정은 위원장이 숙박했던 호텔도 찾아갔습니다. 바리케이트도 사라지고 아무도 없더군요.

6월 11일 제가 지나갔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호텔로 뛰어 들어갈 것을...

내부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치 관광객, 숙박객처럼...

여기에 김정은이 앉았고 여기에 김여정이 있었고 상상의 나래를 펴 보았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사진을 찍는 것을 본 호텔 직원(?)이 와서 찍지 말라고 제지당하고 쫓겨 났습니다.

그렇게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 취재는 끝났습니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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