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한 선배가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기자라는 직업과 환경에 매몰되지 말고 일반 국민의 눈과 상식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11월 13일 수요일, 14일 목요일 통일부 출입 기자단이 강화도로 워크숍을 다녀왔다고 한다. 거기에는 김연철 장관을 비롯해 통일부 공무원들도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당연히 워크숍을 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상황과 시기가 중요하다.  

통일부 기자들은 남북 관계, 북한, 통일 문제를 취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금 남북 상황이 어떠한가?

남북 간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이며 북한은 남한을 계속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10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한 시설물을 싹 들어내라고 했다. 11월 1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11월 11일 북한은 금강산 시설물 철거에 관한 최후 통첩을 했다고 한다. 통일부는 4일간이나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남북 관계가 어디로 갈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그뿐인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며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연말까지 북미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2017년 북미가 대립했던 상황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김연철 장관이 11월 17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11월 2일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주민 2명이 11월 7일 송환한 문제도 있다.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북한으로 송환한 것이 옳은 것인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 장관이 북한 주민들의 귀순 의사가 오락가락했던 것처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송환된 주민들이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는 것이다. 논란을 의식해 이례적으로 11월 13일, 14일 통일부는 연속으로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자료를 뿌렸다. 

이렇게 긴장된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평일에 강화도 워크숍을 가고 거기로 통일부 공무원들을 부르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필자 역시 정부부처, 기관, 대기업을 출입하며 기자단에 포함된 적이 있다. 거기서 워크숍, 산행, 저녁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과는 달랐다. 일과가 끝난 후 저녁 자리를 하거나 금요일 오후나 저녁에 출발해 토요일에 일정을 소화했다. 예를 들어 한 부처에서는 장관과 출입기자단의 산행을 기획했는데 토요일 아침에 산 입구에 개별적으로 집합한 후 오전 산행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아마도 워크숍도 업무로 생각하는 기자들 때문에 평일인 수, 목에 워크숍을 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앞서 말한 것처럼 시기가 잘못됐다.

과거 필자가 몸 담았던 기자단에서는 출입부처에 민감한 현안이 있을 경우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어떤 경우는 저녁 자리 조차 취소했고 어떤 때는 행사를 취소하고 간단한 점심으로 대체했다. 선배 기자들이 먼저 나서서 지금은 그런 행사를 할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변인실에서 민감한 상황이라고 연기를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대변인실은 기자단과 부처의 상황을 조율해야 한다.

기자들끼리 워크숍을 갔다면 이해할 여지가 조금은 있다. 그런데 워크숍에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통일부 공무원들이 할 일이 지금 산적해 있다. 그런데 강화도로 그들을 데려갈 상황인가? 장관, 국장 간담회는 서울에서 할 수도 있다. 시간이 필요하면 저녁 시간에 하면 된다. 꼭 1박2일 강화도로 가서 거기로 장관을 불러서 이야길 들어야 하는가? 

물론 통일부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기자들이 부르는데 안 갈수가 없었을 것이다. 다시 출입기자단 기자들은 통일부 공무원들이 참석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자신의 언론사에 평일 워크숍 참석을 허락받았을 것이다. 

개별 기자들의 잘못은 없다. 장관, 국장들이 워크숍에 참석한다는데 출입기자가 안 갈 수 있을까? 그러면 기사를 못쓰는데? 그것을 알기 때문에 언론사 부장들도 기자들의 참석을 허락했을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특정 기자나 공무원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언론 관행을 성토하려는 것이다. 기자가 아닌 국민의 눈으로 보자.

일반 국민들이 남북 관계가 위기인 상황에서 그것을 취재해야할 기자들이 강화도로 1박2일 워크숍을 가고 주요 공무원들도 거기 참석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일반 기업에서도 자기 업무가 긴박한데 워크숍을 가지는 않는다. 간다는 것은 그만큼 긴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통일부 기자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 남북 관계와 북한 상황 등을 알리는 것이다. 그것이 강화도에 워크숍을 가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남북 협력에 관련된 사람들이 이것을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금강산 사업에 관련된 어떤 분은 금강산 시설 철거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요즘 남북 관련 업무나 연구를 하는 분들을 만나면 한숨부터 쉬는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등의 북한 문제 관계자들은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며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통일부 기자들과 공무원들이 강화도로 1박2일 워크숍을 갔다.  

워크숍이 그렇게 급한 일이었는지 묻고 싶다. 워크숍을 나중에 가거나 서울에서 장관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대체했어야 했다. 

물론 힘든 현실 속에서 바람을 쐬려고 강화도 다녀온 것이 문제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바람을 쐬려면 주말에 사적으로 갈 것을 권하고 싶다. 답답한 마음에 평일에 그렇게 바람을 쐬러 가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사표를 쓰기 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기자가 기자를 비난하는 것 만큼 못난 짓이 없다. 또 개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구습과 관행이다. 때문에 비난이 아니라 대신 사과를 하고 싶다.   

필자는 기자단에 소속된 바 없고 이번 행사에 가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남북 관계를 취재하는 기자의 한 사람으로써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북한, 남북 관계를 취재하는 언론사 경영자의 입장에서 이같은 언론 현실과 관행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하며 바꿀 힘이 없는 것에 대해 사과한다. 과거에 필자도 기자로써 생각에 매몰된 적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한다.

어떤 언론사 선배는 이글을 쓰는 것에 대해 걱정했다. 필자가 이글을 쓸 경우 어쩌면 통일부 기자단에는 영원히 못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자단에 들어가는 것은 기존 기자단 기자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비판한 상황해서 거기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일부는 어떠할까.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보고 화가 날 수도 있다. 때문에 선배 기자들은 하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불이익을 감내하는 것에 대해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자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특정 부처나 선후배 기자들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불이익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속이는 거짓을 두려워해야 한다. 언론사와 기자가 기자단에 들어가지 못하면 취재가 어려워지겠지만, 언론사와 기자가 국민들을 저버리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NK경제와 필자는 오직 국민들만 바라보고 나아갈 뿐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실과 기자단에 이메일로 어떤 입장인지 11월 14일 문의했지만 답을 듣지는 못했다. 과연 워크숍 비용을 어떻게 충당했는지, 통일부에서 누가 참석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통일부에 워크숍 비용 지원 여부와 참석자에 대해 11월 15일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향후 모든 내용을 공개할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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