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삶은 소대가리는 웃지 않는다
[도발칼럼] 삶은 소대가리는 웃지 않는다
  • 강진규 기자
  • 승인 2019.08.18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월 16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남북 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평화경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북한은 8월 11일에도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의 담화를 통해 "바보는 클수록 더 큰 바보가 된다고 하였는데 바로 남한 당국자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이렇게 남한을 비난하는 것에는 지지부진한 남북 협력에 대한 불만,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반발, 미국과 대화를 우선하겠다는 메시지 등 다양한 포석이 깔려있을 것이다.

북한의 이번 비난이 아무리 정치적, 외교적인 것이라고 해도 모욕적인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상식과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이다.

북한 당국자들은 막말을 통해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더 큰 것을 잃어버릴 것이다. 바로 신뢰의 상실이다. 

북한이 미국에게 제재 완화, 해제 등을 요구하는 목적은 경제 때문이다. 제재 완화를 통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경제의 본질은 신뢰다. 아무리 많은 기업들이 돈을 벌 기회가 있어도 신뢰가 없다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믿음이 가지 않는 상대에 대한 투자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이 경제 제재를 완화해주면 전 세계 기업들이 북한에 달려오고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지하자원이나 낮은 인건비로 인력을 활용하거나 또는 북한에 물품을 팔기 위해 달려가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고부가 가치 최첨단 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의 마이크로소프트(MS), 소프트뱅크, 삼성전자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최첨단 산업 육성은 자력갱생만으로 되지 않는다. 다양한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IT 분야를 취재했던 필자는 미국, 일본 등 IT기업 관계자들을 많이 만났다. 최근 수년 간에도 글로벌 IT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때 북한 투자와 협력에 대한 의견도 물어봤다.

거의 대부분 관계자들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 이유는 북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북한이 해킹, 군수 물자 전용 의혹을 받고 있으며 비지니스가 정치적 이유로 중단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기업인들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북한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했다. 오히려 북한이 불법적으로 쓰는 미국 IT 기업 장비나 소프트웨어(SW) 라이선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북한이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레퍼런스 즉 참고 사례가 필요하다. 만약 북한이 남한의 삼성전자와 협력해 스마트폰을 만들고, 네이버나 카카오와 협력해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다면 그것을 보고 해외 기업들도 "괜히 우려를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협력이 성과를 내고 잘 된다면 구글, 아마존 등이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남한은 북한과 한민족이라는 특수 관계이고 많은 남한 기업가들도 그것을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과거 현대그룹이 북한과 금강산 관광을 진행했고 많은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것이다. 북한과 우선적으로 손을 잡을 수 있는 것이 남한 기업이다.

그런데 북한은 막말을 쏟아내며 남한과 대화를 하지 않고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런 언행을 보고 남한 기업 경영진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과연 남북 협력을 추진하는 실무진들이 기업 경영진에게 적극적으로 협력을 건의할 수 있을까?

남한 대통령에게도 막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데 기업 대표에게는 다를까? 현 상태라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북한과 협력을 논의하다가 북한 당국자들이 그들에게 '개', '소', '바보'라고 조롱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북한의 막말은 남한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남북 협력을 지지하고 추진하는 사람들의 힘을 빼놓는 행위다.

더구나 한반도의 첨예한 위기 상황과 북미 갈등 속에서 남한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그냥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다. 

이같은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개', '소', '바보', '웃기는 사람' 등의 막말을 한다면 누가 북한과 어울리려 할 것인가. 상대방의 호의를 욕으로 돌려주는 것은 술주정뱅이 또는 짐승같은 파렴치한이나 하는 행동이다. 술주정뱅이와 비즈니스를 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 입장에서 남북 협력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북한이 불만이 있다면 통일부와 대화에 나선 후 불만을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불만이 있다고 모욕적인 막말을 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신뢰를 사라지게 할 뿐이다. 

깨어 있는 삶은 소대가리라면 양천대소가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자충수에 대해 대성통곡을 할 것이다. 

국가의 품위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막말에 대해 남한 국민들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한다. 앞으로 막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실천해야 한다. 또 미국과의 대화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남한과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에 외무성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음주 측정을 권하고 싶다. 낮술을 마시고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