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나는 왜 쓰는가
[도발칼럼] 나는 왜 쓰는가
  • 강진규 기자
  • 승인 2019.04.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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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북한 IT, 과학을 취재하고 기사를 씁니까?" "그게 돈이 됩니까? 어떻게 그걸로 먹고 사나요?"  필자가 근례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이다. 왜 이런 질문이 나올까? 그것은 북한 IT, 과학기술 취재가 어쩌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이 질문은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쓴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NK경제 그리고 필자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답해야 할 질문이다. 이에 지금 답을 하고자 한다.

북한 IT, 과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도 없고 전문기자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배후에 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다시 질문하기도 한다. 어디 소속이냐, 누가 지원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어느 누구의 지원도 받고 있지 않다. 만약 지원을 받았다면 보다 풍족하고 안정된 상황에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원을 받는데 이러고 있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원을 받으면 지원을 하는 사람, 단체, 기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NK경제는 독립성을 위해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돈이 안 되는 것이 지원을 못 받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필자가 언론사에 재직할 당시 그리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여러 곳에 제안을 했다. 아마 제안한 곳이 10군데 이상일 것이다. 북한 IT, 과학을 다루는 자회사 매체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고 또 관련 북한 IT, 과학기술 취재팀을 구성해 보자는 제안도 했다. 나중에는 전문기자를 도입하자고 필자 스스로 추천한 적도 있다.

그러나 90%는 제안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할 뿐 답변도,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10%는 "그걸 왜 해야 하지요?", "우리 기자들이 당신 강진규 기자 보다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좋네요. 그런데 이미 우리가 그런 구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하겠습니다" 이런 답변이었다.

생각해보면 언론사 입장에서 북한 뉴스는 반드시 다룰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우리 민족과 국가의 역사 그리고 미래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들이 북한 뉴스를 다루기는 하지만 다뤄야 하니까 다루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돈이 안 되다 보니 크게 확장하려는 언론은 없다. 물론 남북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최근 남북 경협에 돈이 몰릴 것으로 생각해 북한 뉴스를 강화하는 추세도 있다. 그것은 오히려 정말 참담하고 안타깝다.

아무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론사들의 북한 뉴스는 정치, 외교, 안보 측면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다. 다른 분야 가령 과학, IT, 문화예술, 건축, 역사, 금융 등은 전문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필자는 다들 안하겠다고 하면 내가 하자는 생각으로 창간을 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있다.

필자는 무엇을 원한 것일까? 명예, 돈, 정의감? 북한 IT, 과학을 한다고 어떤 명예도 없다. 보수에서는 필자를 좌파라고 욕하고, 진보에서는 필자를 수구라고 욕한다. 같은 기사를 보고 실제로 좌, 우에서 항의 이메일이 온 적도 있다.

또 북한 IT, 과학을 취재하는 기자라고 어디서 대접을 받거나 NK경제 대표라고 대접받는 경우는 없다.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취급을 안 받으면 다행이다. 기존에 알던 취재원, 지인들도 광고(돈)를 달라고 할 까봐 꺼려한다. 행사장에서도 외면하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명예를 원했다면 다니던 매체에서 더 이름있는 매체로 점프를 하고 거기서 더 좋은 매체로 이직했을 것이다. 디지털타임스,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에서 더 이름있는 곳으로 갔어야 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이름 있는 언론사에 기자를 하고 나아가 팀장, 차장, 부장을 했다면 그게 더 명예였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일부 기자들 그리고 일부 후배들은 자신의 매체 이름이 자신의 지위인 것처럼 생각한다. 자신이 이름있는 매체에 가면 그 매체의 이름이 자신의 지위인 것처럼 목에 힘을 주고 무시한다. 매체 이름과 자신의 지위를 동일 시 하며 하물며 선배들도 무시하는 기자들 많다. 

또 필자는 연구를 하시는 분들과 여러 일을 하는 분들의 연락을 받는다. 그 때마나 가능한 친절히 답변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도움을 주고 답변을 한 것을 어디에도 자랑할 수는 없다. 그냥 그분들이 필요하다니까 답변하고 정보를 준 것 뿐이다. 명예를 원했다면 그것을 내세우지 보안과 침묵을 지켰을까? 

그렇다면 필자는 돈 때문에 이런 일을 할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북한 IT, 과학 뉴스는 돈이 안 된다. 어떤 기업, 기관들이 북한 IT, 과학 매체에 광고를 하려고 할까? 남북 경협을 추진하는 기관 또 관심있는 기업들 조차 종합지, 경제지 등에 광고를 하려고 한다. 

돈을 벌려고 했다면 연봉을 더 주는 언론사나 기업체로 이직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길하자면 북한 IT 뉴스에 빠져 있고 NK경제 창간을 고민, 준비하고 있을 때 이별을 통보한 사람도 있었다. 더 좋은 이름있는 직장을 다니고 더 높은 연봉을 받는 배우자를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사람의 심리다. 월급이 수백 만 원에서 0원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떠나는 사람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 이후로 소개팅 제안도 거절하고 연애 감정의 싹을 자르고 있다. 왜냐하면 다시는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면 안 되니까.

전 직장에서 더 좋은 직장으로 점프를 하고 더 많은 연봉을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이미 연애하고 결혼해서 누구나 말하는 주요 언론사 기자로 목에 힘 주고 살고 있을 것이다. 떠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외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부모님, 가족들에게도 환영받고 화목하게 지냈을 것이다. 취재원이나 아는 분들이 예전처럼 반갑게 전화를 받고 만나서 살갑게 인사를 했을 것이다. 필자에게 그럴 기회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선택을 안 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알 것이다.

이렇게 돈도 명예도 포기하고 왜 하는 것일까? 기자로써의 정의감 때문일까? 그랬다면 이전에 탐사보도 매체나 진정 정의감을 찾는 일을 했을 것이다.

필자가 처음 북한 IT, 과학 분야를 취재할 때는 흥미롭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사 하나, 하나 취재를 하면서 너무 관련된 기사도 정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솔직히 이전에 근무하던 언론사에서도 북한 IT, 과학 기사에 대해 가십성으로 흥미롭게 보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것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북한에 빠져있지 말고 필요한 기사(돈이 되는 기사)를 쓰라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하물며 회사에서 추진하는 블로그 운영 지원자 심사에서도 필자는 탈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디지털 허리케인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활동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 IT, 과학 취재를 하면서 이것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진보측 시각에서 보면 남북이 화해협력을 하고 경제를 통합하고 통일을 하려고 하면 서로를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보수측 시각에서 봐도 북한 사이버공격이 위협이라면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방어 대책을 마련할 것이 아닌가? 북한에 대한 과학, IT 정보가 없는데 어떻게 연구를 하고 어떻게 정책을 만들고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기관차를 운행하는 엔지니어가 있다. 그런데 그는 더 좋은 조건으로 갈 수도 있다. 그냥 기차에서 내려서 가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엔지니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내리면 그 기차는 어찌 될까? 어쩌면 다른 사람이 와서 더 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만 두면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찌될까 생각한다. 그동안 유지된 기차가 탈선해서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또 어떤 사람은 기차가 가는 동안 그것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는 그렇게 한다.

즉 필자가 북한 IT와 과학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이유는 하다보니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물론 북한 IT, 과학에 대한 정보, 뉴스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해도 나중에 어떻게 든 일은 진행될 것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들, 연구원들은 닥치면 일을 하게 돼 있으니까. 

더구나 필자가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이야길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 대기업, 연구소, 대형 언론사들이 안하는 일을 왜 민간에서 명예도 돈도 없이 하느냐고?

필자는 이 일을 누군가 하지 않는다면 우리 대한민국, 한민족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필자가 안해도 어떻게 든 되겠지만 그 과정은 힘들고 험난할 것이다. 시행착오와 고통 그리고 그것이 이뤄지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릴 것이다. 북한이 과학기술중시정책을 추진하고 북한의 IT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어제의 북한은 오늘의 북한도, 내일의 북한도 아니다. 그런데 남한은 눈뜬 장님으로 있으라고?

필자의 입장에서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계속 하는 것 뿐이다. 필자 입장에서 이것은 안 하면 안 된 다니까. 누군가는 해야하니까 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NK경제를 창간하게 됐다. 오히려 대안이 있었다면 손을 뗏을 지도 모른다. 결국 아무도 그것이 돈이 안 된다고 안하면 남북 IT, 과학기술 협력은 5~10년은 늦어질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해서 돈이 안 되고 명예도 없다고 아무도 안 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대가  없이 자신의 영역에서 힘 쓴 분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있다. 돈 만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만 있었다면 이 나라는 망했다.  

필자가 이런 궁상떠는 이야길 하는 것이 창피하다. 그럼에도 하는 것은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NK경제와 필자가 바로 북한 연구와 관련돼 소외 받고 고통받는 인사들과 같다. 오히려 그들은 필자보다 더 심각한 상황과 고초를 겪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이 많을 것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북한 IT, 과학 관련 기사를 쓰는 것은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우리에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래야 정부가 남북 IT 협력 정책을 만들고 보안 방안을 제시하고 연구원들이 연구를 하고 대기업들이 협력 전략을 만들테니까. 우리의 미래와 한민족의 미래를 봤을 때 이게 필요하니까, 아무도 안 하면 안되니까 하는 것 뿐이다.

북한 IT와 과학기술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 또 남북 역사 협력, 교과서 협력, 전자교과서 협력, 건축, 문화예술, 영화, 금융, 체육, 공연, 클래식 등 다방면에서 고생하고 자비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이 아니라 또 다른 과학분야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냥 다들 어쩌다보니 그짓(?)을 계속하게 됐다. 필자는 생각한다. 모든 북한을 연구하는 교수, 박사, 연구원, 학생들이 NK경제와 같다고. 즉 NK경제, 필자의 상황 그리고 신념이 모든 북한을 연구하는 분들의 마음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NK경제는 북한 IT뿐 아니라 북한 영화를 연구하는 사람도 북한 여성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도 북한 농업을 연구하는 사람도 즉 당신들의 편이라고 감히 밝히고 싶다.

수많은 고난과 편견 그리고 이별 속에서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반문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연구를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얼치기 필자를 제외한 우리 민족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청춘을 바치는 그들이 진정한 우리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보면 오히려 NK경제와 필자는 부끄럽고 창피하다. 

필자가 이 칼럼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도 아무런 댓가 없이 북한 IT,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또 북한 예술, 금융, 영화, 교육 등 누구도 모르는 분야를 묵묵히 신경쓰는 그런 영웅들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희생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한 번쯤은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길 바란다. NK경제와 필자 역시 거울 속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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