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북한이 진짜 과학기술강국을 원한다면
[도발칼럼] 북한이 진짜 과학기술강국을 원한다면
  • 강진규 기자
  • 승인 2019.01.18 1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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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수년 간 과학기술강국 건설을 강조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2019년 신년사에서 “인재와 과학기술은 사회주의건설에서 대비약을 일으키기 위한 우리의 주되는 전략적 자원이고 무기다”라고 언급하며 또 다시 과학기술을 강조했다. 1월초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도 과학, 교육, 보건을 3대 중점 사항으로 소개하고 있다.

북한이 진짜 과학기술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필자는 북한에 두 가지를 제언하고 싶다. 

첫 번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다음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면 직접 과학, IT 분야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북한이 통 큰 결단으로 과학, IT 분야를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소통하라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과학, IT 협력을 제안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남한, 북한 당국자들 모두 화를 낼 일이다.

북한 당국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최고지도자에게 그런 제언을 하는 것이 무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정말로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을 원하고 그것이 국가적인 전략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 지도자가 자국의 이익과 전략을 위해 정상회담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북한은 '주체', '우리식' 과학기술, IT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낼 수도 있고 자체 기술확보라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에 대한 시선이 좁아지면 그 생명력도 줄어든다. 이미 남한도 '한국형'이라는 이름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한 사례들이 많다. 닌텐도 게임기가 인기를 끌자 '한국형' 닌텐도 게임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실제로 게임기가 나왔지만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과학기술, IT는 개방과 소통, 협력 등을 통해서 성장하고 생명력이 유지된다. 전 세계 과학자, 연구자들이 시간이 남아돌아서 교류하고 국제학술대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은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변화한다. 2018년의 과학이 2019년의 과학이 아닐수도 있다. 때문은 협업과 소통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협업과 소통을 통해 과학은 발전한다.

북한이 진정으로 과학기술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좋은 협력 대상은 남한이다. 물론 북한 당국자들 입장에서는 남한과 과학기술, IT 협력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해야 하냐고 의문을 나타낼 수 있다.

현실을 이야기하자면 남한의 대북 정책에 관여하는 청와대, 통일부 등의 관계자들의 상당수는 과학기술 협력에 관심이 없다. 일부 인사들과 다른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소극적이다. 설령 실무진 차원에서 논의가 되고 협력이 돼도 그것은 아주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망할 것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요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수락해 지시한다면 북한 당국자들이 깜짝 놀란 만큼 한국 관계자들이 일을 추진할 것이다. 

남한 당국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을 나타낼 수 있다. 다른 사안이 많은데 과학, IT를 협력하자고 해야 하냐고 할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북한의 과학기술은 단순한 연구개발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한다. 그런데 경제발전은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도 관련있다. 북한이 비핵화화를 하고 평화로 나아갈 때 남한과 미국 등은 경제발전을 지원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발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북한에 대한 과학기술, IT 협력은 북한에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그 카드는 비핵화와 평화체계 구축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

"북한도 CES, MWC에 참관단 보내라" 

북한이 진정한 과학기술강국을 위해서는 또 한가지 과학, IT 개방 정책을 펼쳐야 한다. 북한의 주체식 과학기술 개발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와 소통을 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에서 열리는 과학기술, IT 행사뿐 아니라 남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 학술대회에 가야한다.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글로벌 전자가전 전시회 CES에도 참관단을 보내고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독일 글로벌 가전전시회 IFA에도 보내야 한다. 국제 학술대회, 표준화 기구 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남한 코엑스, 킨텍스 등에서 과학기술, IT 행사를 할 때 북한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현황도 보고 협력도 논의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에 전 세계 과학자, 연구자, 엔지니어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몇명을 초청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개방해서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대학, 리과대학, 국가과학원 등과 교류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또 과학기술전당도 원한다면 전 세계 과학자 누구나 가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개방화 조치는 북한 과학자들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당연히 북한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북한에 대한 의혹을 해소시켜줄 수도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이라고 하면 무기를 개발하는 기술이며 IT기술을 전부 해킹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 정부의 폐쇄적인 정책도 원인이 있다. 해킹의 산실(?)로 알려진 교육기관을 다 보여주고 북한 IT 인력을 만나도록 한다면 어떨까? 북한이 개방화를 하고 현황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면 의혹이 일부라도 해소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북한이 해외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북한이 남한,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의 과학자, 연구자, IT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해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그들의 의견을 과학기술 개발에 반영한다면 북한의 과학기술 발전은 더욱 탄력 받을 것이다.

물론 이같은 협력과 개방과 관련해 대북 제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차근차근 가능한 영역부터 하면 된다. 북한이 IT 기술 표준화를 하겠다고 하고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한다고 그것을 제재 위반과 연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북한은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북한의 의지가 사실이고 행동에 나선다면 제재는 점차 해소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기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했다. 이 구호는 북한 과학기술 분야의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은 문장으로 알고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 협력과 개방은 바로 이 문장을 실현하는 것이 아닌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따르는데 북한에서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해 본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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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2019-01-18 16:16:37
기자님 말씀이 북녘에 전해지길 희망합니다. 혜안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