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끌거나 따르거나, 아니면 비키거나(Lead, follow, or get out of the way)"

CNN을 창립한 테드 터너 터너엔터프라이즈 회장의 말이다. 테드 터너 회장이 세계 최초로 24시간 뉴스 서비스인 CNN을 만든다고 할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CNN은 세계적인 뉴스 서비스가 됐다.

일을 추진할 때 사람이나 조직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테드 터너 회장의 말한 3가지가 있다.  스스로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던가 아니면 유능한 사람을 따르던가 그것도 아니면 조용히 길을 비켜줘야 한다.

남북이 IT, 과학 분야 협력을 하는데 있어서도 3가지 방안이 적용될 수 있다.

협력이라는 것은 A와 B라는 당사자의 이해 관계가 맞아야 이뤄진다. 남북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이 서로 원하는 것을 맞춰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은 무엇을 원할까?

북한이 가장 관심있는 것은 경제다. 그리고 그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 과학기술과 교육이다.

로동신문은 1월 4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중 ‘국가적으로 인재육성과 과학기술발전 사업을 목적 지향성 있게 추진하며 그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를 소개하며 “참으로 우리 조국이 이룩한 모든 승리는 과학기술발전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학과 교육은 남한도 관심이 높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을 한 경험도 있다.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자동차 등 남한의 경제 발전을 견인한 분야는 과학기술과 IT가 기반이 됐다. 또 그 과학기술과 IT 발전을 견인한 것은 우수한 인재들이었다.

북한이 원하고 남한도 관심이 있는 과학, IT, 교육은 남북이 협력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야 중 하나다. 북한이 개발한 과학, IT 기술을 어떻게 비지니스로 만들고 수출할 수 있는지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남북 통일과 협력을 주관하는 통일부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

필자가 수년 전 취재를 위해 통일부 관계자들과 통화를 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과학, IT 그런거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달라졌을까? 최근 북한 과학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답답함을 호소한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과학이나 IT에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 내용은 남북협력사업 대상에 과학기술, 정보통신, 방송 등을 추가로 명시하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야당인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도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 역시 협력사업 대상에 과학기술, 정보통신을 명시하자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남한 관계자들에게 과학분야 협력을 타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진전된 것이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남북교류협력법에 과학기술, 정보통신을 협력 대상으로 넣자고 했을까.

문제는 법이 아니다. 정부가 관심이 있었다면 협력 대상인 경제 분야로 과학, IT 협력을 할수도 있다.

이를 추진 안 한 것은 관심이 없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개정한다고 바뀔까? 법에 명시가 됐다고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남북 과학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물론 통일부 관계자들은 과학과 I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 부처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과기정통부는 남북 사업의 주관 부처는 통일부라며 언행을 자중해 왔다. 때문에 통일부는 과학, IT에 관심이 없고 과기정통부는 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과기정통부가 남북 과학, IT 협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남북 과학, IT 협력에서 통일부와 과기정통부의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통일부와 과기정통부 앞에는 3가지 선택지가 있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아니면 '비키거나'

정말 남북 과학, IT 협력을 하려고 한다면 당당하게 이끌어야 한다. 아니면 따르면서 도와줄 수도 있다. 만약 스스로 판단했을 때 역량이 안 되거나 의지가 없다면 깔끔하게 비켜주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에 가장 무능한 것은 자신이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 일을 차지하고 남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강진규 NK경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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