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칼럼] 꺼져라 통일장사꾼들
[도발칼럼] 꺼져라 통일장사꾼들
  • 강진규 기자
  • 승인 2019.03.13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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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통일장사꾼'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얼핏 남북 경제협력에 힘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말한 사람의 뜻은 그것이 아니었다. 통일장사꾼은 통일과 평화를 팔아서 이득을 챙기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다.

남북 경제협력은 과거에도 이뤄졌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미래에도 이뤄져야 한다. 남북이 합작회사를 만들고 북한에 투자하고 교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그것을 추진하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이런 분들은 박수와 격려를 받아야 하며 그들의 활동은 장려돼야 한다.

필자가 통일장사꾼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남북 경제협력의 일꾼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통일과 평화라는 이름을 파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고 6월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대화를 하면서 화해, 교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후 남북 교류 협력과 경제 협력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고 또 그런 활동에 동참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순수한 의도가 아닌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누군가는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통일과 평화라는 이름만 내세워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진짜 있냐고.

몇 가지 사례를 들고 싶다. 첫 번째로 남북, 북미 관계와 관련된 주요한 이슈가 생길 때 마다 통일 수혜주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남북 화해, 협력이 이뤄지면 소위 대박이 날 수 있는 기업의 주식을 뜻하는 말이다. 남북 분위기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해당 주식들의 값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물론 진짜 남북 경협을 진행하고 향후 남북 경협이 확대됐을 때 유망하게 보이는 회사도 있다. 그런데 남북 관계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회사와 주식도 거론되고 있다.

근거가 빈약한 정보를 바탕으로 남북 경협 수혜주라는 이름으로 주식이 사고 팔리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은근히 이런 상황을 즐기고 또 애널리스트,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작전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과연 그들에게 통일이나 평화는 어떤 의미일까?

두 번째로 남북 협력과 관련된 활동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일자리와 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북한 전문가가 등장하고 낙하산이 내려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태어날 때부터 북한 전문가는 있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 북한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을 분야별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필자가 아는 사례를 이야기해보면 수십년 경력의 건축 전문가가 북한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이미 오래 전 교육관련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가 북한을 공부하기도 한다.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영역에서 북한과 관련 뉴스를 지속적으로 수집, 분석하거나 관련 자료를 찾아서 모으고 스스로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노력하고 다른 분야와 북한을 융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들은 우대받고 중용돼야 한다. 

필자가 지칭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북한 전문가는 이런 사람들이 아니다. 말 그대로 북한이나 통일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또 배우려고도 하지 않으면서도 낙하산과 인맥 또는 입심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목적은 통일이나 평화, 남북 교류협렵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분야에 이슈가 생겨서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더 좋은 자리로 떠날 것이다.

세 번째는 언론이다. 남북 문제는 언론사와 기자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다. 언론사들이 남북 관계를 더 많이 다루고 또 이를 위해 조직을 확대하고 기자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평화와 통일이라는 대의가 아니라 광고를 더 유치하고 매출 실적을 내기 위해 평화와 통일라는 이름을 파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그동안 많은 기자들이 또 많은 매체들이 북한, 통일, 평화에 관련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악전고투했다.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보면 일부 언론사들이 북한, 통일, 평화가 이슈가 되니 해당 단어를 넣어 행사를 만들고 조직을 만들어서 광고를 받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어쩌면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 등 출입기자들을 동원해 압력을 넣어서 연사를 초청하고 축사를 부탁하며 대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광고를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과거 골프에서 박세리 선수의 열풍이 불면서 일부 언론은 골프 전문기자를 두고 골프대회를 열고 기업들에게 광고, 후원을 요구했다. 그들의 머리속에서는 박세리 골프 열풍이나 통일, 평화에 열기가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의와 시대정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지난해 최고경영자(CEO)가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에 다녀온 삼성전자, SK텔레콤, LG그룹 등이 좋은 타겟이 될 것이다. KT,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은행들과 금융사들에 통일과 평화의 대의를 따르라며 광고와 행사 후원을 요청할 것이다. 공공기관들도 좋은 대상이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통일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일까? 단지 윗선에서 실적을 달성해야 자리를 보전해 준다고 하니 고민하다가 짜낸 아이디어가 평화, 통일을 내세워서 광고를 받는 것은 아닐까? 언론사 사장들의 목적이 광고, 후원 실적을 전년 대비 20~30% 늘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것은 아닐까?

모든 언론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히 평화, 통일을 향해 뛰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는 곳들도 있다. 반면 오로지 돈을 위해서 평화와 통일이라는 이름을 파는 언론도 있을 것이다. 대의가 아니라 돈을 쫓는 언론은 언젠가 또 다른 이슈를 쫓아서 변할 것이다.  

만약 언론사들이 통일, 평화와 관련된 조직을 늘리고 행사를 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하려고 한다면 당장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를 보기를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돈과 실적, 자리 유지가 아니라 남북한 국민들의 평화와 행복, 번영이 언론이 추구해야할 목표가 아니겠는가? 

그동안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각 분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약 10년 간 남북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도 버티면서 그 끈을 이어왔다. 그런데 앞서 말한 통일장사꾼들이 나타나서 진짜 전문가들을 밀어낸다면 앞으로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묻고 싶다.

가짜 남북 수혜주로 인해 진짜 남북 경협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통일장사꾼들 때문에 진짜 전문가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돈만 아는 언론들 때문에 진짜 북한 관련 기자들과 뉴스는 사라질 것이다. 

통일장사꾼들은 언제든 변신할 준비가 돼 있다. 남북이 다시 대결 국면으로 간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언제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했느냐고 발뺌할 것이다. 아니 어느새 안보장사꾼으로 탈바꿈해 방위산업체와 국방 관련 협단체들의 주머니를 털어갈 생각을 할 것이다.

때문에 진짜 전문가들은 통일장사꾼들에게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 당국도 신중히 잘 생각해야 한다.

만약 전문가들이, 정부가, 기업들이, 북한이 통일장사꾼들과 손을 잡는다면 그것으로 통일과 평화의 대의는 끝나는 것이다. 통일장사꾼들과 손잡는 순간 가짜들이 득세하고 진짜는 모습을 감출 것이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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