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Korean Version Gone with the Wind
"Scarlett O'Hara No Basic Morality"

북한에서는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어떻게 바라 보고 있을까? 북한에서는 소설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레트 버틀러가 이기적이고 도덕심이 없는 부르주아의 전형적 인물로 비판하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소설 기법 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내용은 비판적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NK경제는 북한 스마트폰에 탑재된 전자책 앱에 들어있는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확인했다. 이 작품은 북한 문학예술종합출판사가 1999년 출판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의 소설가 마거릿 미첼이 쓴 장편소설로 1936년 출판됐다. 미국 남북 전쟁 시기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인생 여정을 다룬 이 소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1939년에는 비비안 리가 스칼렛 오하라를 클라크 게이블이 레트 버틀러를 맡은 영화가 개봉해 더 유명해 졌다. 

북한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번역자는 서문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을 강도놓게 비난했다. 서문은 "스칼렛의 성격에는 ‘생활이란 곧 돈벌이’이며 ‘오직 돈벌이, 이윤추구만이 인간생활의 최고 목적’이라는 부르주아들의 인생관이 체현돼 있다"며 "이런 생활신조로부터 출발해 주민공의 생황방식, 활동방식 또한 철저히 개인주의적이며 이기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서문은 또 "돈벌이를 목표로 생활하며 돈벌이를 축으로 해 모든 인간관계를 맺어나가는 이 여성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의리마저 없어지며 그 어떤 비난도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스칼렛은 돈을 해결하기 위해 레트를 구류장에까지 들어가 유혹하는가 하면 자기 여동생의 약혼자를 가로채 결혼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그는 두 번째 남편인 프랭크의 장례를 치른 날 저녁에 벌써 백만장자인 레트와 비밀리에 결혼할 것을 약속하며 그의 돈으로 온갖 사치와 향략을 누린다. 오직 돈만이 돈을 효과적으로 벌 수 있게 하는 사고방식, 활동방식만이 그의 지향이며 이상으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인공 레트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서문은 "레트의 성격, 그것은 개인의 이익과 돈벌이를 위해 가장 타산적이고 교활하며 가장 파렴치하고 악한 부르주아의 전형이다"라며 "치부와 개인 향락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완강하고 무자비하게 자기 목적을 추구해나가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청년인 것이다. 그는 무서운 사기꾼이며 협잡꾼으로 등장한다. 그는 목적 달성을 위해 무서운 의지력을 발휘하는 인간으로, 개인의 향락에 저촉되는 모든 것을 무시하며 짓밟아버리는 무뢰한으로 그려졌다"고 지적했다.

서문은 이 소설의 형상이 실용주의의 반동적인 철학적 기초위에 서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의 성격과 작품의 형상적 논리에 체현돼 있는 부정적 측면들을 올바로 찾아보아야 하며 그것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문은 백인 농장주들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설이 인종주의 정책을 배격하는 입장에 서지 못했으며 적지 않은 경우 백인의 우월감과 흑인들, 유색인종들을 멸시하고 증오하는 감정을 짙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판은 북한 뿐 아니라 다른 나라 비평가들도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서문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긍정적인 부분도 설명했다. 서문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역사소설로서 역사적 사변과 인간생활의 상호관계를 특색있게 처리한 것, 성격 창조에서 개성을 잘 살린 것, 인간관계를 극적으로 그린 것 등 창작기교상 여러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며 "소설은 작가의 세계관상 제한성으로 인행 일련의 심중한 결함들을 발로 시키고 있으나 남북전쟁 당시 미국의 사회현실을 비교적 진실하게 반영한 적으로 해 일정하게 인식적 의의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내용이 부르주아적 가치가 있고 주인공들이 부도덕하지만 소설 글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본 것이다. 북한 번역자가 스칼렛과 레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은 이것이 미국 소설이며 돈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등장 인물들의 자유로운 감정 표현과 연애, 결혼을 반복하는 것에 문화적 이질감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설 역시 북한식 표현이 사용돼 번역됐다.

소설에는 "너에겐 스칼레트(스칼렛)가 저녁 식사에 초대해줄 것 같이 보이지 않던?", "나도 그렇게 할줄 생각했댔어", "정말 어머니는 여간 아니시야" 등 표현이 쓰였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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