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몽테 크리스토 '그래 임자는 메르세데스가 마음에 들었댔나?'
북한판 몽테 크리스토 '그래 임자는 메르세데스가 마음에 들었댔나?'
  • 강진규 기자
  • 승인 2020.02.03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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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1845년 발표한 소설 몽테 크리스토 백작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이다. 북한에서도 몽테 크리스토 백작을 북한판으로 번역해 읽고 있다. 북한에서는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폭로한 작품으로 해석하고 있다.

NK경제는 북한 스마트폰에 탑재된 전자책 앱에 들어있는 소설 '몽떼 끄리스또 백작'을 확인했다. 이 작품은 북한 문학예술출판사가 2014년 출판했다.

북한 소설은 몽테 크리스토 백작을 '몽떼 끄리스또 백작'으로, 에드몽 당테스를 '에드몽 당떼스'로, 메르세데스는 '메르쎄데스'로 표기하고 있다.

소설은 서문에서 "몽테 크리스토 백작은 1815년부터 1838년까지 프랑스를 배경으로 프랑스에서 봉건적 왕권제도가 허물어지고 부르주아 제도가 수립돼 가고 있던 복잡한 시기에 평민 출신인 에드몽 당테스의 운명을 통해 당시 사회계급적 관계와 부르주아 사회 제도의 모순을 폭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몽테 크리스토 백작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서문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장편소설 몽테 크리스토 백작은 자본주의 사회가 빚어내는 여러 가지 악덕을 깊이 있기 들추어 내고 비판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몽테 크리스토 백작을 읽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소설 몽테 크리스토 백작  출처: 네이버

북한판 몽테 크리스토 백작 역자는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이 작품을 보고 있다. 서문은 "이 작품은 이야기를 통해 극단적인 개인이기주의에 기초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작용하는 자본주의사회의 부패상을 일정하게 폭로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문은 소박한 뱃사람 에드몽 당테스가 아무런 죄도 없이 음해를 받아 14년 동안 지하감방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던 반면 이런 재난과 고통을 준 당글라르, 페르낭, 빌포르는 온갖 사기와 협작을 일삼아 큰 재산가로, 권세가로 출세했다고 지적했다.

또 서문은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며 공명과 출세, 개인의 안일과 향락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는 자본주의 부패상을 예리하게 폭로 비판하고 있으며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예술적으로 확증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역자는 이 작품에 한계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문은 "그러나 작가는 소설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 사이의 계급적 대립과 투쟁을 통해 폭로하지 못하고 
다만 선한자와 악한자 사이의 도덕적 대립과 투쟁을 통해 폭로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기 위한 방도 대신 막연하게 착한 것은 이기고 악한 것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사상이 전면에 나서게 됐으며 그만큼 자본주의 비판이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서문은 주인공이 사회제도 자체에 반대해 싸우지 못하고 돈을 가지고 개인 복수를 하게 하고 있으며 소설은 엽기적이고 모험적인 사건에 매달리고 있고 현실을 진실하게 반영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과장한 것과 같은 약점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역자는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이런 제한성을 가지고 있으나 거기에 담긴 진보적 사상적 경향과 예술적 가치로 인해 널리 알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판 역자는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인 복수라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페르낭, 당글라르, 빌포르에 대해서는 악인으로 비판하고 있다. 반면 페르낭의 부인인 메르세데스와 그의 아들 알베르에 대해서는 우호적이고 동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은 몽테 크리스토 백작 문장을 북한식으로 번역했다. 그런 특징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쓰는 말투인 구어체에서 두드러진다.

작품에는 "운이 트였구나", "그랬소이다", 에드몽아", "그렇단 말이지. 알만 하오", "글쎄올시다" 등과 같은 북한식 표현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에드몽 당테스가 아버지에게 "꼭 기운이 나실겁니다. 포도주는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묻자 에드몽의 아버지는 "일없다. 찾지 않다도 된다"고 답한다.

또 메르세데스는 "여자란 제 낭군 아닌 딴 사람을 생각하게 되면 살림살이 꾸리는 것도 게을러지고 정직한 아내로도 될 수 없는 법이에요", "나는 에드몽 당테스가 마음에 들어요. 에드몽 이외의 사람은 남편으로 섬기고 싶지 않아요", "만일 좋지 못한 일이라도 생긴다면 저는 저 무로지옹곳에 올라가 곧두박질 쳐서 바위아래로 몸을 던지고 말테야요"이라고 말한다.

당글라르, 빌포르은 페르낭이 에드몽 당테스를 모함하도록 유도하며 "어떤가 까밝혀볼까. 페르낭", "그렇다니. 임자는 남 좋은 일 해주고 밀려난 정부라고나 할 그런 꼬락거니를 하고 있구만"이라고 말한다.

또 메르세데스가 에드몽 당테스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상심한 페르낭에게 주변 사람들은 "그래 임자는 메르세데스가 마음에 들었댔나?"라고 질문한다. 이에 페르낭은 "이만저만이 아니였지요"라고 대답하는 것은 마치 북한 남성들의 일상 대화처럼 보인다.

이처럼 북한판 몽테 크리스토 백작의 구어체 문장들은 북한 영화, 드라마 등에 나오는 대사처럼 표현됐다. 이는 역자가 북한 주민들이 몽테 크리스토 백작 소설을 생동감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북한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판 몽테 크리스토 백작 역시 원작처럼 복수를 끝마친 에드몽 당테스가 떠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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