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호전 "이규는 인민 정신 체현자, 송강은 투항주의자"
북한 수호전 "이규는 인민 정신 체현자, 송강은 투항주의자"
  • 강진규 기자
  • 승인 2020.03.02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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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학예술종합출판사가 1992년 출판한 수호전

북한에서는 중국 고전 수호지(또는 수호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북한에서는 무식하고 과격하다고 평가되는 노지심, 이규 등을 인민 투쟁 정신을 갖고 있다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반면 임충에 대해서는 우유부단한 인물로, 송강에 대해서는 봉건적 사상을 갖고 있는 투항주의적 약간은 부정적 인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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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경제는 북한 스마트폰 평양2419에 탑재된 전자책방에서 수호전 내용을 확인했다. 이 수호전은 북한 문학예술종합출판사가 1992년 출판한 작품이다. 

수호전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장편무협 소설로 북송시대 양산박에서 봉기하였던 호걸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말 명초 시내암이 쓰고, 나관중이 손질한 것으로 중국 4대 기서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내용은 송강, 이규, 임충, 노지심, 무송, 조개 등 108명의 협객들이 양산박 산채를 만들어 조정에 대항하는 이야길 다루고 있다.

북한 수호전은 "12세기 초 중국인민들의 반봉건 투쟁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에는 봉건지배계급의 착취와 억압을 반대해 일어선 108명의 농민봉기군 두령들이 중심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며 "각이한 계층을 대표하는 이들은 모두 온갖 형태의 압제에 견디다 못해 봉기 근거지인 양산박으로 모여든 사람들로 삶의 권리를 찾고 자기 존엄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쳐 싸움으로써 봉건통치배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 놈들을 공포 속에 몰아 넣는다"고 설명했다.

북한 문학예술종합출판사가 1992년 출판한 수호전

북한 수호전은 주요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노지심(북한명 로달, 로지심)에 대해서는 모든 힘을 다해 불행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는 의협심이 강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수호전은 노지신이 봉건지배계급에 대한 증오심이 강한 인물로 우유부단한 성격의 임충과는 달리 봉건관료배들에게 그 어떤 기대나 환상도 가지지 않는다며 그는 진관서를 죽이고 임충을 구해준 것으로 중노릇 조차 할 수 없음을 알자 아무런 주저 없이 양산박에 간다고 분석했다. 또 노지심이 송강의 투항주의적 행위에 반대해 적극 투쟁한다고도 덧붙였다.

무송에 대해서는 도시빈민출신으로 생활현실에서 자신이 당한 쓰라린 체험을 통해 봉건관료배들을 무자비하게 징벌하는 길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봉기군에 들어온 두령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수호전은 "그의 성격적 특징에서 중요한 것은 정의감이 강하고 원수들을 무자비하게 징벌하는 간결한 투쟁정신이다"라며 "무송은 실지 생활체험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 사이에는 어떤 은혜나 보답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결연히 봉기군에 들어가 용감하게 싸운다"고 평가했다.

임충에 대해서는 "임충은 계급적 처지로부터 소심성과 보수성, 우유부단성이 강한 인물로 그려진다"며 "봉건사회 현실의 모진 세파 속에서 점차 각성해 방항의 길로 나아가는 인물로 고구와 같은 악질 관료배들을 반대해 싸우는 길만이 유일한 삶의 길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규에 대해서는 농민 출신의 두령으로 중국근로농민의 성격적 특징을 체현가고 있는 전형적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수호전은 이규에 대해 "성격은 봉건지주계급과 왕에 대한 증오심과 반항정신이 강하다. 그는 왕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용감성과 정직성, 부정적인 현상에 대한 비타협적인 투쟁정신을 갖추고 있다. 이규는 하층 인민의 반항정신의 체현자로 그려지고 있으나 그 성격에는 술을 즐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인다든가 성미가 조잡하고 고집이 센 것과 같은 약점도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소설의 주인공인 송강에 대해서는 "양산박봉기군의 총두령으로 지주계급출신이며 이전에는 하급관리로 있던 인물"이라며 그는 불행에 빠진 사람들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의협심이 강한 인물이라면서도 봉건적 충군사상과 효도관념이 매우 강한 인물이며 투항주의적 사상이 강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고구, 고아내, 고렴, 진관서 등 악역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나라와 인민의 운명은 아랑 곳 없이 오직 일신의 안일과 향락만을 추구하며 그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추물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문학예술종합출판사가 1992년 출판한 수호전

일반적으로 수호전에서 노지심, 이규 등은 의협심이 강한 인물로 해석되지만 어리숙하고 때로는 잔인하고 무식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논의 없이 사람들 때리거나 죽이고 본인의 뜻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들을 봉건제도에 타협하지 않는 순수함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수호전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 임충에 대해서는 우유부단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인 송강에 대해 투항주의적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인민, 봉기 등의 정신과 달리 기존 질서와 타협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남한의 수호전과는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수호전에 대해 사건 줄거리와 여러 인물의 생동한 형상으로 진보적 사상적 내용을 깊이 있게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설에 제한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북한 수호전은 "소설의 제한성은 송강의 형상을 통해 봉건적 충군 사상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찾을 수 있다"며 "또 농민봉기를 옳게 그리지 못하고 많은 측면에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술과 법술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북한 수호전은 이같은 제한성이 수호전 작가가 봉건 문인으로 귀족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작품자체가 중세기에 나온 소설이라는 점에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북한 수호전은 "농민봉기군의 투쟁을 폭넓은 예술적 화폭 속에 담으면서 봉기군을 긍정 인물로 그렸으며 장화체 소설 형식을 새롭게 발전시킨 것으로 중세소설문학이 거둔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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