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자경제 국가 전략화 할 것인가
북한, 수자경제 국가 전략화 할 것인가
  • 강진규 기자
  • 승인 2019.12.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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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를 살펴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모습

북한이 연일 수자경제 즉 디지털경제로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수자경제를 정의하고 해외 사례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범국가적으로 추진 중인 과학기술중시의 본질이 수자화(디지털화)라는 논리도 제시했다. 북한이 수자경제로의 전환을 범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추진할지 주목된다.

12월 2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에 ‘과학기술중시를 국풍으로 확립해 나가는 것은 우리 혁명발전의 중요한 요구’라는 글이 11월 23일 게재됐다.

이 글은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중시 정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글은 “과학과 기술을 중시하는 것을 나라의 제일가는 중대사, 국사로 내세우고 과학기술에 의거해 사회주의강국건설의 높은 영마루를 하루빨리 점령하려는 것은 당과 인민의 확고부동한 의지이다”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중시 정책이 북한의 제일가는 중대사이며 국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글은 수자(디지털)중시와 관련된 내용도 설명했다. 글은 “과학기술중시기풍은 본질에 있어서 수자(디지털)중시이며 수자(디지털)중시에 과학기술중시 기풍 확립의 중요한 방도가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중시의 본질이 수자 즉 디지털 중시이며 디지털 중시를 추진하는 것이 과학기술중시 기풍을 확립하는 중요한 방도라는 것이다. 

글은 또 “수자화, 지능화에로 나가는 세계적인 발전추세에 맞게 과학적인 수자에 기초해 생산과 경영활동을 진행하고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온 사회에 과학기술중시를 국풍으로 확립해나가는 가장 올바른 방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사회적으로 수자를 중시하는 기풍을 세우는데 대한 사상은 모든 문제를 과학적인 수자에 기초해 구체적으로 타산하고 그에 따라 사업을 설계하고 작전해 집행해 나가는 새로운 사고 관점과 일본새를 확립한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글은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수자를 사업의 설계와 작전, 집행의 출발점, 기준으로 삼고 그에 의거해 최량화, 최적화 된 방안을 찾아 최대한의 효율과 실리를 얻는 혁신적인 관점과 일본새를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은 북한이 추진 중인 과학기술중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추진돼야 하며 디지털을 중시하는 것이 곧 과학기술중시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이공계, 산업 분야에 과학기술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디지털화는 좀 더 구체적이다. 기존에 종이 문서로 처리하던 과정을 전산화하고 기계적 장치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방식인 것이다. 사무, 생산 등의 공정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과 대비해 생산성을 단번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북한의 수자경제 정의는?

북한의 이같은 의도는 수자경제에 대한 정의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11월 27일, 28일, 29일에 걸쳐 북한 로동신문은 수자경제에 관한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경제정보연구실 김성철 실장과 리일진 연구사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로동신문은 “여러 나라에서 수자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자경제가 물질적부의 창조에서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어 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자경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성철 실장은 “수자경제는 통속적으로 말해 모든 경제활동전반을 컴퓨터망과 하나로 결합시킨 것이다”라며 “현재 많은 사람들 속에서 컴퓨터의 출현으로 정보처리문제가 해결된 것을 1차 정보혁명으로, 정보전송문제가 해결된 것을 2차 정보혁명으로, 오늘날의 수자화 된 경제, 수자경제의 출현을 3차 정보혁명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실장은 “지난 시기에는 수자경제에 대한 견해가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다”며 “그것은 수자경제가 여러 분야의 첨단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출현한 새로운 경제 유형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의 설명으로 볼 때 북한이 생각하는 수자경제의 기본 의미는 모든 경제활동과 컴퓨터, IT를 결합하는 정보화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첨단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경제 유형이라는 것이다. 

또 리일진 연구사는 “수자기술이라고 하면 정보를 0과 1로 표시해 기록하거나 전송하는 것과 같은 고급한 기술을 말한다”며 “이런 것으로 해 수자경제는 영어로 Numerical Economy가 아니라 Digital Economy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칭하는 수자경제의 의미가 디지털경제인 것이다.

리 연구사는 “수자경제는 수자기술과 함께 정보처리 및 정보통신기술과 결합돼 있으며 경제정보의 수자화와 그 활용이 수자경제의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수자경제이자 곧 정보화 된 경제, 망(네트워크)경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수자화는 정보화를 넘어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하는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철 실장은 “수자경제발전은 수자기술과 망(네트워크)기술, 정보기술 등의 결합에 기초한 인공지능기술의 빠른 발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자경제발전에 인공지능 발전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또 김 실장은 “공업과 농업 등 경제 전반에서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경제적 변혁을 적극 추동한다는데 있다”며 “지금 여러 나라에서는 수자기술과 정보기술이 결합돼 지능화로 나가는 추세를 반영한 공업 4.0이라는 구상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더스티리(Industry) 4.0은 2012년 독일 정부의 핵심 미래 프로젝트로 도입된 개념이다. 제조업에 혁신 기술을 적용하는 성장 전략이다.

러시아, 중국 등 해외 디지털경제 사례 소개

북한은 수자경제의 의미를 정의하고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6월 24일 로동신문은 ‘수자경제의 발전을 지향하는 국제사회’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독일에서 수자경제를 주제로 박람회가 열렸다고 소개했다. 또 중국이 수자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로동신문은 설명했다. 제18차 당대회 이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정보화발전을 고도로 중시하면서 수자(디지털)중국을 건설할 것에 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로동신문은 러시아 역시 수자경제발전을 위한 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자국의 수자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것과 함께 그것을 전체 유라시아경제동맹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7월 13일 조선중앙통신은 러시아가 수자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자경제의 법규범적인 조정 문제를 취급하는 기구를 창설하는 것에 관한 제안들을 8월 31일까지 제출할 것을 정부와 대통령 행정부, 연방회의에 위임했다는 것이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18년 5월 푸틴 대통령 정령에 의해 작성된 러시아의 국가계획 ‘러시아연방의 수자경제’가 6개의 연방 계획들로 구성돼 있으며 그 수행기간은 2024년까지라고 소개했다.

로동신문은 9월 6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자경제발전을 국가전략으로 틀어쥐고 이 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전통적인 공업부문들에 수자기술을 적극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러시아도 수자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10월 2일 로동신문은 유엔(UN)무역개발회의가 발표한 ‘수자경제보고서 2019’를 소개했다. 수자경제가 날이 갈수록 세계경제성장을 더욱 추동하고 있다며 경제전문가들이 수자경제가 앞으로 세계경제에서 60%의 몫을 차지하면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동신문은 설명했다.

북한이 이처럼 해외 디지털경제 전략을 소개한 것은 러시아, 중국, 독일 등의 사례를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 매체들은 수자경제가 세계적인 추세이며 러시아, 중국의 국가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북한의 디지털경제 전략

북한의 수자경제 전략과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것은 11월초 진행된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 행사다. 11월 1일부터 7일까지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이 행사의 주제는 ‘수자경제와 정보화열풍’이었다. 

북한 매체들은 행사 주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보고 받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 6일 로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 기회에 정보기술을 발전시키고 온 사회에 수자를 중시하는 기풍을 세우는 문제를 비롯해 수자경제를 지향하는 정보화열풍이 세차게 일어나 번지도록 강령적인 가르침을 주고 의의 깊은 조치들도 취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는 북한에서 개최되는 최대 규모 IT 행사다. 북한에서 1년 간 이룩된 정보화성과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생체인식 등 다양한 기술들이 선보였다. 그런데 바로 이 행사 주제가 수자경제를 지향하기 위한 정보화열풍을 일으키자는 것이었다. 이미 북한 IT 부문에서는 수자경제로 전환이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은 IT 부문에서 추진되고 있는 수자경제 정책을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과학기술, IT 분야 언론이 아니라 로동신문을 통해 수자경제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로동신문은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북한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이다. 수자경제가 당의 입장이며 전 주민이 알아야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보도도 있었다. 8월 22일 로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 사회적으로 숫자를 중시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자경제가 특정 영역이 아니라 전 사회적 문제라고 김 위원장이 지침을 내린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은 수자경제가 해외에서 국가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11월 29일 로동신문은 “수자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수자경제발전과 혁신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데 미래의 사회경제발전을 주도하는 추동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흐름을 볼 때 북한은 수자경제 국가 전략을 마련,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2016년 제7회 노동당 대회에서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천명한 바 있다. 내년인 2020년이 5개년 전략의 성과를 결산하는 해이다. 북한이 앞으로 새로운 국가 경제발전 전략을 마련할 시점이 다가오는 것이다. 어쩌면 2020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수자경제를 화두로 던지고 내년 중 북한을 ‘디지털 조선’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국가 수자경제 발전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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