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수자경제(디지털경제)를 화두로 던졌던 북한의 수자경제 추진 방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북한은 내각 차원에서 국가 경제 전반의 경제정보시스템 구축,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대책 마련, 통신 현대화 사업 등이 수자경제의 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3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발행한 경제연구 제3호에 ‘현시기 경제사업의 수자화에서 나서는 중요 문제’라는 글이 수록됐다.

이 글은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의 수자화, 수자경제 추진에 대한 정의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2019년 북한은 수자경제를 IT, 과학기술 분야 전략으로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이 수자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했다. 또 2019년 11월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의 주제도 수자경제와 정보화열풍으로 정했다. 북한, 수자경제 국가 전략화 할 것인가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 추진하는 수자경제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제연구에 수록된 글은 북한의 수자경제에 관한 내용을 밝히고 있다.

글은 “오늘의 정면돌파전에서 기본 전선인 경제 전선에서 경제사업의 수자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는 것은 나라의 경제 관리를 개선하고 국가경제의 발전을 힘 있게 추동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올해 북한의 국가 전략인 정면돌파전이 경제 사업이며 그 경제 사업에서 수자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은 “경제 사업의 수자화를 실현하는 것은 인민경제의 현대화, 정보화를 다그쳐 수자경제, 지식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중요한 요구로 나선다”며 “경제의 모든 부문을 정보화하고 과학적인 계산과 분석에 기초해 경제활동을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해나가자면 경제사업의 수자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은 경제사업의 수자화가 계획화사업, 통계사업, 가격사업, 재정은행사업을 비롯한 모든 경제사업을 수자기술에 기초해 해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수자 기술이 자료를 0과 1로 기호화해 처리하는 기술이라며 디지털화라는 것도 명확히 했다.

글은 “경제사업의 수자화는 경제 작전과 지휘를 비롯한 경제 사업을 컴퓨터, 컴퓨터망, 소프트웨어, 자료기지(DB)기술과 같은 수자기술에 의거해 진행함으로써 모든 경제 사업을 과학적인 수자에 기초해 조직, 진행하도록 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북한의 수자경제 과제는 무엇일까?

글은 경제 사업을 수자화하는 것에 중요한 문제가 무엇보다 경제정보체계(시스템)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적인 수자기술에 의거해 경제정보를 수집하고 가공, 분석하는 경제정보체계는 경제 관리의 중요한 수단으로 경제기관, 기업소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글은 경제의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경제정보체계를 높은 수준에서 구축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은 국가계획정보체계와 국가통계정보체계, 전자상업체계, 금융정보체계를 비롯한 부문별 경제정보체계와 공장, 기업소의 관리운영을 위한 경영정보체계를 북한 실정과 정보기술발전추세에 맞게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특히 글은 “국가의 경제사령부인 내각이 경제 사업에 대한 통일적 지도와 전략적 관리를 원만히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적 범위의 경제정보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며 “경제정보체계는 내각의 경제작전과 지휘기능을 원만히 보장할 수 있도록 조직되고 부문별 경제정보체계들과 국가적,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공장, 기업소의 경영정보체계들과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각은 북한의 경제 중심의 행정부처로 구성돼 있다. 약 40여개 기관이 내각이다. 이를 아우르는 경제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북한의 수자경제 사업 과제가 국가통합경제정보시스템 구축이라는 것이다.

앞서 경제연구 제2호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수록된 바 있다. 북한 전국 범위 국가경제정보시스템 구축할까

빅데이터 대책 마련, 통신 현대화도 수자화 과업

또 글은 빅데이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북한의 수자경제 과제라고 지적했다. 글은 “현시기 경제 사업을 수자화하는데 나서는 중요한 문제는 대자료(빅데이터) 시대의 요구에 맞게 경제 사업에서 대자료를 활용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은 최근 수년 간 정보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사회경제생황에서 인터넷을 비롯한 컴퓨터망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자료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해마다 자료 전송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세계는 대자료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자화된 경제를 건설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대 발전 요구에 맞게 대자료 기술을 적극 발전시키고 경제 분야에 널리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통신부문의 현대화도 수자경제의 과제로 보인다. 글은 “경제 사업을 수자화하는 것에 중요한 문제는 정보통신기술을 발전시켜 통신의 현대화를 첨단수준에서 실현하는 것”이라며 “오늘의 수자화는 정보통신 발전과 뗄 수 없이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글은 국가 정보통신을 현대화하는 것에 중심 과업은 전신, 전화의 자동화, 수자화, 빛섬유케이블(광케이블)화, 컴퓨터화의 성과를 공고, 발전시키면서 완전IP화, 고정통신과 이동통신의 통합화, 통신만의 광대역화를 전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은 “음성통신으로부터 자료통신으로 이행하는 시대적 추세에 맞게 광케이블망 구축을 강화해 기관, 기업들과 가정에까지 광케이블을 늘려 대용량, 고속 광대역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동통신망을 현대적으로 완비하고 그 능력을 늘리며 다음 세대 이동통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글은 통신망 보안을 결정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문에서 양자암호기술을 비롯한 첨단암호기술을 개발, 이용해 통신인프라의 보안 수준을 높임으로써 통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고히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은 수자중시가 당의 뜻이라고 지적하며 모든 부문, 모든 단위가 수자를 중시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이 글의 내용이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북한 당국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은 3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수자경제 구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월 예정된 제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이 발표할 경제 전략에도 이같은 내용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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