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 Kong Report] Hong Kong Demonstrations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시행됐다. 하지만 22년만인 2019년 중국과 홍콩의 관계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홍콩 정부가 올해 4월 3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송환법이 홍콩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시위로 입법회 건물 점거 사태가 발생하는 등 시위가 격화되면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발표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이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홍콩 반환 이후 경제적, 사회적 불만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영국 등이 홍콩 시위 사태에 주목하면서 중국 정부와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고 경찰이 시위 중인 시민에게 발포하면서 다시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이에 NK경제는 홍콩 상황과 시위 현장 취재에 나섰다. [알립니다] 홍콩으로 취재를 갑니다 

10월 10일 홍콩 침사추이 경찰서 앞

10월 10일 홍콩 침사추이 경찰서 앞에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현지시각 오후 5시였다. 그 시각 마오산역으로 향하려던 기자는 침사추이로 가야할지 마오산으로 가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마오산은 서울의 노원구 정도 위치의 지역이다. 그곳은 최근 격렬한 시위가 있었던 곳이다. 그러나 잠시 뒤 전해진 소식은 시위대가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이에 마오산역으로 향했다. 마오산역에 도착해 취재를 하고 있을 때 오후 7시경 시민들이 다시 침사추이로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침사추이로 향했다.   

침사추이에 홍콩 시민들이 모인 것은 경찰의 강경진압을 규탄하고 체포된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서 였다. 침사추이 경찰서와 가까운 조던역에 도착해 경찰서로 향하는 거리에 긴장감이 흘렀다. 불과 수십미터 앞에 곤봉을 든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었다.

침사추이 경찰서 앞에는 시민들이 경찰서를 향해 소리치며 항의하고 있었고 이를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도 몰려 있었다. 경찰들은 계단 위 철문를 조금 열고 밖의 시위대의 모습을 지켜봤다. 

침사추이 경찰서 앞에 시민들에게 경찰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여러 무리의 경찰들이 주변을 지나가고 수십 명의 경찰들이 모여 작전을 논의하고 있었다. 

 

 

경찰서 앞에 홍콩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노래 중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도 있었다. 경찰서 앞 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홍콩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시위를 구경하고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시위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민들의 상당수는 옷을 검은색으로 맞춰 입고 마스크를 준비해 왔다. 

그중에는 구경하던 시민으로 보였는데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쓰고 시위에 가담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연인, 친구끼리 온 사람들은 물론 중년, 노년의 시민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팡이에 의지해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었다. 목발을 집고 온 참가자, 휠체어를 탄 참가자도 보였다.  

현장에는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기자들 이외에도 휴대폰으로 현장을 촬영하거나 유튜브 방송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특히 경찰이 모습을 나타낼 때 시민들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경찰이 폭행을 할 경우 이를 촬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경찰이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시위는 그대로 끝날 듯 했다. 그러나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 정문에 경찰들이 나타나 시위대에 해산을 종용했고 일부 시민들에 대해 검문을 시도했다. 마스크를 한 시민을 지적하는 경찰도 있었다.

이에 시민들과 경찰의 대치가 지속됐다. 말다툼과 몸을 미는 몸싸움이 있었지만 큰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경찰의 치고 빠지기식 전략이었다. 시위대가 있던 길 건너편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정문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철수한 경찰이 정문 길 건너편에 나타난 것이다. 정확히 옆으로 나간 경찰들이 주변을 돌아서 시위대의 뒷편인 그곳으로 갔다. 이들은 시민들의 검문을 시도했고 소란이 발생했다. 건너편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시위대가 있었는데 경찰들과 다툼이 발생하면서 정문에 있던 시위대의 일부가 건너편으로 몰렸다.  

경찰과 시민들의 실랑이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휴대폰을 꺼내 촬영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상황을 두려워해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경찰이 건너편에서 철수하면서 대치는 끝났다.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포가 자리잡고 있었다. 시위 현장 50~100미터 부근에서 시위에 참여를 망설이는 시민들이 있었다. 또 시위에 참여하다가 경찰이 나타나자 바로 뒤로 빠지는 시민들도 있었다. 경찰의 강경집압과 총기 발사, 체포 등으로 인해 공포로 생각됐다.

이날 홍콩 언론은 시위로 체포된 시민이 2400여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그중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750명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핸드백에서 마스크를 꺼내서 쓰고 서로 손을 붙잡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경찰들도 큰 충돌을 피하려는 분위기였다. 검문을 시도하거나 복면시위 금지를 이유로 마스크 등을 쓰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물리적 진압에 나서지는 않았다. 다만 이곳 저곳에서 갑자기 나타나 시위대를 놀라게 하고 힘을 빼는 것 같았다. 

경찰이 물러간 후 시위 현장에는 대만의 국기가 등장했다. 사람들이 대만 국기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10월 10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국과 홍콩의 일국양제가 실패했다며 대만은 1국2체제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있는 듯했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미묘한 상황에서 홍콩 시민들이 대만을 지지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이는 중국 정부에 도발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경찰들은 이에 대해 크게 시비를 걸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현장에서는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시위대의 입장을 듣는 유튜브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들 중에는 휠체어를 탄 기자도 있었다. 그는 열심히 현장을 돌아다니며 사진, 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특별하게 긴 장대에 스마트폰을 부착해 현장을 촬영했다.

기자들이 폭행을 당하고 총에 맞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자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언론사들에서는 긴급 의료진을 현장에 파견하고 있었다. 긴급의료서비스(EMS), 메디컬태스크포스 등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긴급의료 용품을 들고 현장에 상주했다. 만약의 부상이 발생할 경우 응급조치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강경 진압의 공포도 취재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남여노소 기자들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날 시위는 밤 11시경 시위대가 줄어든 후 경찰이 해산을 종용하면서 끝났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그들이 외친 것은 자유였고 강경진압에 나선 경찰과 홍콩 정부, 중국 정부를 성토했다. 

경찰과 시민들의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양쪽 모두 충돌에 따른 부담과 공포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장은 시한폭탄과 같았다. 해소되기 어려운 갈등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 다시 시위가 발생하고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시위가 벌어진 주변 침사추이역, 조던역 등은 일찍 문을 닫았다. 시위가 한창인 밤 10시경 지하철 운행을 중단했다. 홍콩 지하철은 밤 12시~새벽1시까지 운행됐다고 한다. 그러나 시위 여파로 조기에 운행을 중단한 것이다. 이는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과 시위대에 의해 지하철 기물이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런데 이같은 지하철 조기 운행 중단은 홍콩 경제에 직격탄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언론들은 시위와 함께 지하철 운행 조기 중단으로 홍콩의 밤거리가 적막해졌다고 보도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 출연한 술집 주인은 지하철 조기 중단으로 손님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저녁 장사를 하는 식당, 술집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쇼핑몰 등도 저녁 6시에 문을 닫으면서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홍콩 시위 여파가 홍콩의 경제 상황도 점차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홍콩=강진규 기자  maddog@nk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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